민주노총은 9일,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 앞서 오전 11시부터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신현대아파트 동료 경비노동자들과 미조직 경비노동자, 민주노총 조합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만수 열사는 지난달 7일, 고용불안과 저임금, 입주자로부터 인격모독 등에 시달리다 분신을 시도했다. 한 달 간의 투병생활을 끝으로, 지난 7일 끝내 사망했다. 노조는 이만수 열사에 인격모독 발언을 한 가해자와 입주자대표회의 측에 사과 및 재발방지대책 등을 수 차례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사과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화민 서울일반노조 위원장은 추도사를 통해 “이만수 열사가 7일 아침 9시 30분, 안타깝게도 사랑하는 가족과 조합원들의 곁을 떠났다. 당신의 고통을 다 헤아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열사여, 남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당신의 정신을 계승해야 합니까”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서 “근로기준법 준수, 노동자는 하나라는 전태일 열사의 외침을 기억하나”며 “노동자도 사람대접 받는 세상을 위해, 일반노조 조합원들은 단결해 투쟁해 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인준 신현대아파트분회 비대위원장도 “이만수 열사의 명복을 빌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 달라.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보살펴 달라”며 “얼마나 더 근무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이만수 열사와 노동자들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이만수 열사의 가족들도 편지와 음성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이만수 열사의 아들은 편지글을 통해 “불쌍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도 못했던 아빠가 이제 아픔 없는 곳에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며 “이곳에서 받았던 상처와 괴로움을 모두 털어내고 천국에서 아무 걱정 없이 지내달라”고 전했다.
이만수 열사의 부인은 “노조가 뭔지, 투쟁이 뭔지 몰랐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조금은 알게 됐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힘겹게 싸우고 있는지도 알게 됐다”며 “남편을 죽음으로 이끈 가해자 할머니와 입주민대표자회의 회장은 지금이라도 장례식장에 찾아와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서 “남아있는 동료들도 우리 남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잘 지내 달라. 그분들이 요구하는 고용안정 문제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라며 “경비노동자도 사람대접 받는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신현대아파트 입주민도 집회에 나와 가해자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입주민 A씨는 “집회까지 개최하며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이라는 상식적인 요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참담하다. 입주자대표회의에 법적 책임이나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이라며 “이런 상식적인 요구에 대답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입주자대표자회의 때문에 다른 입주민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는 미조직 아파트 경비노동자들도 참석했다. 현재 민주노총 소속 아파트 경비노동자 노동조합은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분회가 유일하다. 노원에서 아파트 경비를 하고 있는 B씨는 “우리는 1.6평 사무실에서 0.8평의 조그만 공간에 웅크리고 밤을 새며 근무를 한다. 아파트 곳곳에서는 오늘도 인권탄압, 저임금, 형편없는 근무환경에 시달리고 있다”며 “신현대아파트 노동조합 소식을 듣고, 동료들과 아파트 경비원 노조 모임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한편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후, 이만수 열사가 분신한 신현대아파트 현장을 방문했다. 김선기 서울일반노조 대협국장은 “103동 앞이 이만수 열사가 분신한 곳이며, 이곳에서 바로 가해자의 집이 보인다”며 “가해자는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가해자 사죄 및 노동인권 보장 등의 구호를 외치며 입주자대표회의 사무실 앞에 차려진 이만수 열사의 분향소에서 분향을 진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