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사용자가 맘대로 임금을 삭감하고 해고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구조를 뜯어 고치는 방향을 정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중순 1차 추진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국민 담화를 했다.
공무원연금 개악한 댓가라더니... 임금피크제 도입?
![]() |
▲ 전교조의 교원 인사정책 설문조사 결과 ⓒ최대현 [출처: 교육희망] |
박 대통령은 ‘경제 재도약을 위한 국민 담화’에서 “정년 연장을 하되 임금은 조금씩 양보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금년 중으로 전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청년 일자리가 부족한 탓이 임금을 많이 받는 기존의 노동자 때문인 양 국민들에게 말한 셈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공무원 임금체계도 능력과 성과에 따라 결정되도록 개편해가겠다”고 했다. 교사와 공무원 사회에도 임금피크제를 들여오고 성과급제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교사와 공무원의 인사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인 인사혁신처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정년 연장과 연동한 임금피크제 도입 방안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임금피크제 제도를 정비하고 2017년에 특정 영역·직종·부문에 시범실시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정년을 5년(60세->65세) 연장하고 매년 임금을 10%씩 내리는 통상적인 민간기업 방식, 퇴직한 공무원을 재고용하는 일본 방식 등 여러 유형이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가 교사와 공무원 사회에 정년 연장과 연동된 임금피크제 도입을 검토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공무원연금 개악에 따른 것이다. 지난 5월29일 개악된 공무원연금법에 따르면 퇴직한 교사가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이 오는 2022년 61세를 시작으로 2033년까지 65세로 늦춰진다. 현재 정년 연령이 62세인 교사로 따지면 퇴직 뒤 3년의 소득 공백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정년 연령이 60세인 일반공무원은 5년의 공백이 생긴다.
이미 인사혁신처는 올해 초 주요업무계획에서 “공무원연금 지급개시연령의 단계적 연장에 따른 소득 공백기 해소를 위해 공무원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의 도입방안 검토”를 명시한 바 있다. 교사와 공무원들이 ‘더 내고, 덜 받고, 더 늦게’ 받는 방향으로 연금을 개악시킨 뒤 이를 보완한다면서 오히려 임금을 삭감해 소득을 메워주는 제도를 들여오려는 것이다.
김중남 전국공무원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공무원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희생한 노후의 생존권인 연금 497조원을, 어떻게 쓰겠다는 계획 한 줄도 없이 정부가 한입에 털어넣었다. 그리고 임금피크제를 들여오고 임금구조를 성과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하고 “공무원노동자에 대한 부관참시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인사정책 협의기구, 국회 연금기구와 같은 들러리 우려
이런 가운데 인사혁신처가 현재 운영 중인 ‘공무원 및 교원의 인사정책 개선방안 협의기구’(협의기구)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발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무기구의 연금 개악 합의에 따라 만들어진 협의기구는 △공무원·교원의 보수 및 직급 간 보수 격차 적정화 △공무원연금 지급개시연령 연장에 따른 소득 공백 해소방안 △경찰·소방직 정년 △공무원·교원의 승진제도 등 4개 사안을 다루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이 기구를 정부 정책 방향에 맞게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인사혁신처 인사정책과 관계자는 “협의기구가 보수에 관한 협약 등을 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닌 이상 보수 인상 등을 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 보수 체계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 도입 내용도 다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말 구성된 협의기구는 11명의 정부, 민간, 교원·공무원단체 관계자가 참여한다. 교원·공무원단체에서는 안양옥 회장과 류영록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명환 전국우정노조 위원장이 참여한다.
이들은 모두 공무원연금 개악 국민대타협기구과 실무기구에도 함께 했던 인물이다. 이들이 참여했던 국민대타협기구와 실무기구는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악을 밀어붙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곳이다.
협의기구가 정년 연장을 연동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행하는 데 들러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인사혁신처는 법외노조라는 이유로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조를 협의기구 참여 대상에서 처음부터 배제하였다.
이용기 전교조 정책실장은 “인사혁신처가 보수 인상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임금체계만 개편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년 연장과 연계한 임금피크제 도입과 함께 인사와 임금에 연계한 교원업적(성과)평가나 성과상여금 차등 폭 확대도 논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교조가 지난 달 14일~19일 사이 전국 유치원·초·중·고교 교사 325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교사 78.5%가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반대’했다. 또, 94.2%의 교사들은 임금피크제가 도입돼도 “교원정원이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도 내다봤다. (기사제휴=교육희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