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시험을 앞두고 교사가 “시험에서 만점을 받으면 1주일간 급식을 가장 먼저 주겠다”
국어와 수학 두 과목으로 치러진 시험에서 22명의 학생 중 4명이 만점
30일부터 만점 받은 학생부터 점심 급식
31일에도 만점자 우선 급식 계속
학급 한 학생이 "엄마, 나는 '올백'을 못 받아서 한참 뒤에 급식을 받았어요"라고 부모에게 말해 학부모가 학교장에게 전화항의
학교장은 해당 교사에게 시정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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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YTN 뉴스 갈무리] |
성적대로 밥 먹기에 대해 각종 커뮤니티에서 논쟁도 뜨겁다. 해당 교사의 자질과 인성에 대한 비판이 크게 일고 있는 반면, 이 교사는 교육행위로 이해하고 있었고 보다 더 높은 성취를 위하여 다소 경쟁적인 수단을 통해 격려하는 것은 상벌제도나 스티커 제도 등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 외에도 성취와 능력에 따라 다른 대우를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너무 당연한 진리처럼 여겨지고 있는데, 이 기회를 통해 이에 대한 자성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나 경쟁교육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달 30일 ‘성적 줄 세우기’ 실태를 발표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3학년 학급에서 시험 1등인 학생부터 꼴등인 학생의 순서로 급식을 받아 성적이 하위권인 학생은 거의 1년 내내 꼴찌로 밥을 먹고 있다는 사례 등 학교가 조장하는 과도한 성적 경쟁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 삶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인 ‘밥’을 가지고 학생들 간에 경쟁을 시켰다는 것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도 뜨겁다.
해당 학교 교장은 만점자 4명만 먼저 급식을 먹었고 나머지 학생은 기존의 분단별로 돌아가며 급식을 받던 순서에 따라 식사를 했으며 “아이들이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살피겠다”고 해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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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BC '여왕의 교실' 갈무리] |
한편 이 일을 두고 2013년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여왕의 교실>이 떠오른다는 반응도 많다. 방영 당시 <여왕의 교실>은 여왕이라는 제목답게 모든 결정에 대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교사 마여진(고현정 분)이 화제였다. 청소를 누가 할 것인지 상은 누가 받을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모두 교사 마여진이었다. 그런데 왜 그래야 하는 걸까? 그것은 교사의 권력이 맞을까?
부산의 이 초등학교에서 만약 성적순이 아니라 분단별로 동등하게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급식을 받는다면 아무 문제가 없는 학급이었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늘 순번대로 밥을 먹을 수는 없다. 일이 있어 나중에 먹어야 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고 아파서 빨리 밥을 먹고 조퇴해야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사정이 있으면 배려받고 또 양보하는 게 당연하지만, 학생에게 배려와 양보의 결정권은 없다. 사정이 있는 학생은 교사에게 먼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요청해야 하고, 교사가 받아들여 다른 학생에게 지시해야 비로소 배려와 양보가 이루어질 수 있다. 비자발적으로.
이것은 경쟁적이지는 않을 수 있으나 권위에 대한 복종을 학습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을 보면 산적 두목 장사정(김남길 분)이 그때그때 부하의 서열을 바꾸는 장면이 등장한다. 장사정이 철봉(유해진 분)에게 ‘네가 서열 2위’라고 말하면 철봉은 이내 모든 사람에게 명령하고 좌중을 휘어잡는 사람이 된다. 하지만 다음날 장사정이 철봉에게 ‘너 서열 10위’라고 말하자 철봉은 이내 동료들에게 몰매를 맞는다. 아무도 서열에 대한 근거조차 묻지 않는다. 지금 학교는 이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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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해적>의 한 장면. 장사정의 '너 서열 2위'라는 말 한마디에 철봉은 좌중을 휘어잡는다. [출처: <해적> 스틸이미지] |
학교에서도 배분할 자원은 매우 많다. 급식을 누가 먼저 먹을지, 학교 예산이 부족할 때 어느 교실부터 냉방을 할 것인지, 보수공사는 어디부터 할 것인지 등은 일상적으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인 동시에 학생의 삶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그 모든 것들이 교장, 교감의 말 한마디에 혹은 담임교사의 통보에 따라 결정된다.
‘왜’ 그렇게 했느냐, ‘어떻게’ 밥 먹을 순서를 정하느냐는 논쟁 사이에 추가해야 할 질문이 있다. 내가 밥 먹을 순서를 ‘누가’ 정하느냐는 질문 말이다.
그것이 교육적인가 혹은 학생들에게 어떤 가르침으로 다가가겠는가를 따지는 것은 나중 문제다. 밥은 매일 매일의 당면 과제이고 학생이 지금 살아가는 현재의 삶을 결정하는 문제이니 말이다. 밥 먹는 순서는 누가 정하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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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냥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