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권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인권위가 세워진 취지와 역사적 배경에 대한 몰인식을 드러낸 발언으로 청문위원들의 강한 질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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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출처: 비마이너] |
이 후보자는 자신의 인권 경험과 전문성에 대해 “30여 년간 현직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시민사회단체에서 인권 활동을 한 적은 없다”라면서도 “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시민사회 및 유관기관과의 소통과 협력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경험이 국내외 인권단체나 유관기관과의 소통과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법관으로서 실정법 이상으로 인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펼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법관일 때 법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였듯, 국가인권위원장일 때에는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해명했다.
저항권적 인권 과도하다? ... “인권위 설립 자체가 인권 투쟁사에 의해 얻어진 것”
이어 이 후보자는 “한국 사람들은 인권 하면 저항권적 인권을 떠올린다. 독재시대 저항하던 민주투사가 머릿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겠지만, 인권은 자유권적 인권과 사회권적 인권, 노동권, 어린 아이의 놀 권리와 가족들의 행복권까지도 포괄하는 기초개념이다”라는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어느 한편에서 저항권적 인권에만 과도하게 집착한다거나 다른 한편에서는 애써 무관심한 태도로 외면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면, 인권위가 앞장서서 그와 같은 현실을 사회 통합적으로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은 청문위원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았다. 이런 인식이 자칫 인권침해에 저항하는 목소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신정훈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연) 의원은 “중요한 것은 실제로 보장받지 못하고 법으로도 보호받지 못하는 인권을 위해 인권위 존재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점”이라며 “저항적 인권에 대한 무관심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부나 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인권에 대한 각별한 의지를 보여달라.”라고 주문했다.
진선미 새정연 의원도 “이 후보자의 발언은 해석에 따라 누군가 불쾌하게 느낄 수 있다”며 “인권위 설립 자체가 인권 투쟁사에 의해 얻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정확히 공감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의원들이 세월호 사건, 국정원 해킹 의혹 등 주요 현안에 인권위의 대응이 없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물었으나, 이 후보자는 “사실관계 파악이 안 돼 의견표명이 어렵다”, “위원장이 되면 의견 표명을 검토하겠다” 등 소극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강동원 새정연 의원은 “이렇게 답해서 인권위원장 역할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부의) 외압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제 2의 현병철 되지 않게 하라.”라고 질타했다.
트랜스젠더 성기 사진 책임 회피하면서도, “성소수자 인권은 지켜져야” 답변
이 후보자가 서울남부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성별 정정을 원하는 트랜스젠더에게 외부 성기사진을 제출하라는 보정 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한 질의도 이어졌다. 성소수자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인권위원장으로서의 자질과 직결된 질문들이었다.
최민희 새정연 의원은 “최근 성적 소수자 문제가 뜨거운 이슈다. 그런데 외부 성기 사진을 요구하는 명령을 내린 것을 보면 이들의 인권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법원에서도 성전환자 확인은 사진이 아닌 진료 기록 등으로 대체하라고 했는데 알고 있나”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그런 명령을 내린 것은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했다. 가족관계등록 예규에는 (최 의원이 제기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답했다. 이에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보정 명령이 제대로 된 명령이 아니었다. 예규에 있으면 따르지 않아도 되는 규정이 있나.”라며 재차 따져 물었다.
이 후보자는 “법원에서 보정 명령을 사무관이 처리했는데, 법원 재판 전까지 알지 못했다. 사실을 알고 사무관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당부했다”라며, 책임을 사무관에게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그렇게 답하면 법원장이 집행하도록 된 보정 명령을 사무관이 집행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질타했다.
이 후보자는 성소수자 인권 전반에 대해서는 “성소수자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은 “개인적으로 차별금지라는 미명 아래 외국의 풍속(동성애)이 한국사회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풍양속을 지켜야 하는 법과 제도에서 이러한 현상이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며 “만약 아들이 남자와 결혼한다면 찬성할 것인가”라고 공격적인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아버지로서 동의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라면서도 “동성애 찬성과 차별금지는 구분되어야 한다. 이미 존재하는 분들에 대해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고 밝혔다.
위원장 인선 절차 부재, “내가 위원장 되면 절차 만들 것”
한편, 이 위원장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적절한 인선절차의 부재 속에 인선되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가 2015년 3월 인권위 등급을 보류하며 요구한 투명하고 공개적인 인선절차를 청와대가 마련하지 않은 채 이 후보자를 내정했다는 것이다.
신정훈 새정연 의원은 “투명한 공개적 인선절차는 인권위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는 기본 전제”라며 “전임 인권위원장 인선과정에서 시민단체나 국제기구에서 많은 문제가 제기됐다. 밀실 인선으로 임명된 현병철 위원장은 내정 과정에서부터 자질 논란에 시달렸고, 전임 6년간 시민단체로부터 인권위가 아닌 정권위라는 지적을 받았다.”라며 우려를 밝혔다.
최원식 새정연 의원은 “청와대가 ICC에서 정한 원칙과 달리 후보자를 인선했다. 대통령에게 건의해 원칙에 충실하게 인권위원장 선출 절차를 밟아서 다시 인권위원장이 될 생각은 없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위원장이 되면 국제 규정과 독립성, 다양성을 보장하는 인권위원 인선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인선 절차를 담은 인권위법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 3월 ICC 등급 심사에서 A등급을 유지하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선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되돌리긴 어려울 것 같다”며 용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외에도 이날 청문회에서는 현직 법관의 인권위원장 임명에 따른 사법부 독립성 문제, 부동산과 중고차 매매 과정에서 다운계약서(탈세를 위해 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작성된 계약서) 작성 의혹, 군 복무 기간에 20여 차례 휴가를 받은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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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