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진 다른 2007 교육과정 사회 교과서 내용 복제 상당하다”
“오류투성이 유일 교과서 책임은 누가 지나?”
전국의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선사시대부터 17세기 초까지 우리나라의 역사를 배우는 2학기 사회수업을 시작했다. 초등 5학년 2학기 사회 교과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첫 국정 역사교과서라는 점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등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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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교육연대회의는 7일 오전 서울 흥사단에서 초등 5학년 2학기 사회교과서 분석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 강성란 [출처: 교육희망] |
민족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한국역사교육학회, 전국역사교사모임 등이 참여하는 역사교육연대회의는 7일 오전 10시 서울 흥사단 강당 3층에서 ‘초등 5-2 사회(역사)교과서 분석결과 중간발표’를 진행했다.
도입부 등 제외 모든 문장 오류인 89쪽
역사교육연대회의에 따르면 고려시대를 다룬 2단원 89쪽의 ‘고려에서는 관리를 어떻게 뽑았을까’라는 제목 아래의 9문장 가운데 도입부 등을 제외한 6문장 모두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신라에는 사람을 출신 가문에 따라 나누는 신분제도가 있었다. 나라에서는 국학에서 공부한 학생들 중에서 시험을 치러 관리를 뽑으려고 하였지만 귀족들의 반대로 시험을 치를 수 없었다’는 내용에 대해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통일 신라의 독서삼품과는 중하급 실무자를 선발하는 수준이었고 고위직은 진골이 독식하고 있었는데 ‘귀족들의 반대로 시험을 치를 수 없었다’는 내용은 이 시기를 전공한 저도 모르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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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교과서 89쪽 © 강성란 [출처: 교육희망] |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바로 이어지는 ‘고려에도 고위관리의 자손에게 과거를 치르지 않고도 관직을 주는 음서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공정한 시험으로 능력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광종 때 과거제를 처음으로 실시하였다…(후략)…’는 문장에 대해서도 “음서제는 통상 과거제가 실시된 뒤(성종)에 성립되어 고려 문벌 귀족들의 관직 독점에 활용됐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데 역사적 전후 관계가 바뀌었고 교과서의 문장 서술은 고려가 신분제를 뛰어넘어 개인 능력에 따라 관직 진출의 자유가 보장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부여, 삼한 등 서술 없이 ‘고조선-> 삼국시대’로
하일식 교수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단순하게 만드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고조선 멸망을 언급하지 않고 위만조선, 부여, 삼한 등이 없이 삼국시대로 넘어가면서 학생들이 맥락을 이해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18쪽 고조선의 명칭 유래를 설명하며 ‘본래 이름은 조선이다. 단군왕검이 세운 조선을 위만 조선과 구별하기 위해 ’고‘자를 붙인 것이다’라고 적어 본문에는 없는 ‘위만 조선’이 불쑥 튀어나오는가 하면 삼국의 건국 신화를 설명하는 34쪽 ‘주몽 이야기’에서도 주몽이 어디서 태어났는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다가 ‘다른 왕자들이 주몽을 미워해 죽이려고 하자’로만 서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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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의 건국신화를 설명하는 34쪽 © 강성란 [출처: 교육희망] |
배경식 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은 “개정 전 교과서에는 ‘주몽은 당시 부여 금와왕의 왕자들과 함께 자랐다. 그들이 시샘해 죽이려고 하자…(후략)’ 등 부연 설명이 있지만 이마저도 빠졌다”고 지적했다.
복두건(신하들이 쓰는 모자) 쓴 ‘태조 왕건 어진’
이 밖에 삽화와 그에 따른 설명에 대한 오류도 지적됐다.
141쪽의 경국대전 번역문은 ‘일본인이나 여진족이 조선에 올 때는 일반 백성의 집에 머물러 잠을 자지 못한다. 만일 마을이나 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자가 있거나 제멋대로 노는 자가 있으면 곤장 80대에 처한다’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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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국대전을 발췌한 교과서 본문 © 강성란 [출처: 교육희망] |
하지만 이익주 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경국대전을 보면 곤장 80대에 처해지는 대상은 여진과 일본인이 아닌 이들을 압송하는 조선의 관리”라고 지적했다.
경국대전 완성시기가 1485년이라고 적힌 125쪽의 그래픽 내용에 대해서도 “경국대전은 여러차례 보완 과정을 거치면서 1481년 완성설과 1485년 완성설이 있는 만큼 ‘경국대전 완성’이 아닌 ‘경국대전 반포’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면서 사실과 어긋난 표기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85쪽에 나오는 태조 왕건의 어진에 대해서도 배경식 부소장은 “태조 왕건 어진이라고 소개한 그림 속 인물이 신하들이 쓰던 복두건을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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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 속 태조 왕건의 모습 © 강성란 [출처: 교육희망] |
이 밖에도 152쪽에서는 노비를 면해주는 내용을 담은 속량문서를 노비 문서로 표기했고 115쪽에 나온 ‘요선철릭’이라는 옷 이름은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워 보인다. 133쪽 한양 둘러보기를 살펴보면 창경궁이 빠져있고, 보신각을 조선시대 도성문을 여닫는 시간과 화재와 같은 위급한 상황을 알리던 ‘종’으로 표기하고 있다.
발표회 참석자들은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발견한 오류와 역사적 오해를 불러올 비문이 상당하며 이 책이 민간에서 출판됐다면 책을 새로 찍어야 할 수준”이라면서 “정부 여당이 그토록 말하는 국정제 역사교과서 편찬은 교과서의 꼴을 제대로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감과 시스템을 결여하고 있어, '질 좋고 오류가 없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주장은 모조리 허구”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지금이라도 교육부가 국정제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중등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을 약속한다면, 이 책으로 배우는 초등학생의 혼란과 가르치는 교사의 곤혹스러움을 조속히 수습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기사제휴=교육희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