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P는 미국 은행들이 발행한 모기지담보증권(MBS)에 실제 이상의 신용등급을 부여해 2008년 금융위기를 야기했다는 혐의로 모두 13억7500만 달러(약 1조5114억 원)의 벌금 납부에 최종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공익연구그룹(U.S. PIRG)에 따르면, 연방 및 주정부는 S&P에게 벌금 총액의 절반에 대해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합의해줬다. 그 결과 S&P는 약 2억4500만 달러(약 25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세금을 탕감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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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autonews.com/ 화면캡처] |
<뉴욕타임스>의 4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 배상금 문제가 지금 튀어나온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대차는 2011년 차량 충돌 사고로 10대 자녀 2명을 잃은 올슨 가족이 제기한 소송에서 7300만 달러(약 743억 원)의 손해배상액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지난해 9월 받았다. 당시 미국 북부 몬태나 주 판사는 현대차가 조종 장치 결함이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를 10년 이상 ‘무모하게’ 무시했다며 이 같이 판결했다. 애초 모두 3인이 사망한 이 충돌 사건에 대해 해당 배심원은 현대차 조종 장치의 결함 등에 원인이 있다면서 2억4000만 달러(약 2400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정했으나 배상액은 4분의 1로 줄어들었다.
현대차는 사고가 충돌 전 차 안에서 터진 불꽃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항소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현대가 손해배상금을 모두 내더라도, 현대차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가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역시 S&P의 사례처럼 손해배상을 세금공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조세법은 정부에 대한 벌금이나 위약금에 대한 세금 공제는 금지하지만 민간에 대한 피해 보상액 등에 대한 공제는 허용한다. 결국 기업은 손해배상액을 ‘통상적인 사업비’로 잡아 세금공제를 받게 되는 것이다.
조세 제도에 난 구멍을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은 물론 현대차 만이 아니다. 이미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 구멍으로 수백억 달러의 이익을 내왔다.
U.S. PIRG에 따르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2010년 멕시코만 석유유출 사고에 대해 배상한 약 42억 달러 중 최소 80%는 세금 공제 대상이 됐다. 당시 석유시추시설이 폭발해 노동자 11명이 사망하고 5개월 동안 쏟아진 원유로 한반도 크기 보다 넓은 바다가 오염됐다. 그러나 회사는 벌금을 회사 비용으로 공제받아 약 100-140억 달러(약 11-15조 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었다. 정확한 총액은 공개된 자료가 없어 알 수 없는 상황이다.
S&P 외에도 금융위기를 야기한 금융기관 다수는 수십억 달러의 벌금 중 일정 부분을 공제받을 수 있었다. JP모건체이스 당국자에 따르면, 이들은 미국 법무부와 합의한 130억 달러의 배상액 중 70억 달러에 대해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8월 166억5000만 달러의 벌금에 합의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 중 116억3000만 달러에 대한 세금 우대 혜택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보잉사는 2006년 계약 스캔들에 관한 형사기소를 모면하기 위한 6억1500만 달러에 대한 공제를 포기하기도 했다.
기업 벌금 세금공제, 기업엔 솜방망이 처벌, 납세자에겐 부담
결국 문제는 기업은 배상액을 갚아도 이 중 상당액을 감세 받아 결과적으로 정부나 납세자가 보상금의 일부를 대신 갚게 된다는 점이다. 또 공제 여부에 대한 정보는 정부도 회사도 입을 닫기 때문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문제도 있다.
버몬트 주 패트릭 렉키 상원의원(민주당)이 “이 세금 허점은 기업이 손해를 입히고는 이(의 배상액)를 통상 사업비로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손해배상액 전체 비용을 악화시킨다”고 <뉴욕타임스>에 지적했다. 결국 손해배상액 전체를 줄여 국고를 헐고 이 부담은 납세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마불기소(too big to jail)>의 저자 브랜든 가렛 버지니아대학 법학교수는 BP에 대해 “사실은 납세자에게 손해배상을 지불하라고 청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해 8월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으로부터도 제네시스 차량 브레이크오일 결함을 고객에게 제때에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1740만 달러(약 179억 원)의 벌금을 받았다. 이 벌금은 공제가 가능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