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규약을 해석한 중앙집행위 결정에 효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속노조 교섭 체결권과 관련한 규약해석 권한이 중앙위에 있는데도 중앙집행위가 월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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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현대차 비정규직 공동대책위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앙집행위 결정과정의 문제점과 전규석 위원장 담화문의 파장, 향후 불법파견 투쟁 방향 등을 설명했다.
8.18합의 관련 논란은 2014년 9월 18~19일 법원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결을 한 달 앞두고 현대차 정규직지부와 아산-전주 비정규직지회가 사측과 비정규직 신규채용을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법원 판결은 현대차 공장의 모든 공정에서 비정규직은 이미 정규직으로 일을 해 온 것이라는 결정이기에 비정규직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할 경우 불법파견 투쟁 10년 성과는 물론 법원 판결조차도 무력화 시킨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따라 11월 24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선 8.18합의를 폐기하라는 대의원들의 수정동의안이 통과됐다.
당시 8.18합의 폐기의 주요 근거 중 하나는 기업지부인 현대차지부와 아산-전주 지회가 금속노조 위원장으로부터 교섭 체결권 승인을 얻지 못했는데도 합의를 이뤄 합의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 초 금속노조 45차 중앙집행위가 8.18합의를 금속노조의 관행으로 보고 체결권 위반으로 판단하기에는 과도하다는 결론을 내면서 사실상 대대 결정 위배 논란으로 번졌다.
간담회에서 김성욱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장은 “저희가 대의원대회 전에 금속노조에 8.18교섭에 대한 입장을 몇 차례 요구하자 금속노조는 ‘미승인 상태’라고 했다”며 “’미승인 상태’인 8.18합의에 대해 중앙집행위에서 결정을 내리지 않자 대의원대회에서 수정동의안으로 8.18합의 ‘불승인’을 얻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약 위반 논란을 일으킨 체결권 관행을 대의원대회에서 불승인 했는데, 규약해석 권한도 없는 중앙집행위가 ‘규약위반이 아니’라고 결정한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이다.
이경훈 지부장 셀프징계 요구, 규약 해석 과정 돌입 근거 중 하나
이렇게 금속노조 중앙집행위가 월권 논란을 일으키면서도 규약 해석 과정에 돌입한 근거 중 하나는 8.18합의 당사자인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의 셀프징계 요구 때문이었다. 김성욱 지회장은 “이경훈 지부장이 규약위반에 따른 징계를 요구했고, (중앙집행위가) 이를 검토하기 위해 규약위반인지 아닌지를 검토해야 했다”고 금속노조 임원들과의 간담회 내용을 전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도 “이경훈 지부장의 징계 요청과 중앙집행위원들의 대의원대회 후속조치 요구가 맞물려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경훈 지부장 스스로 자신이 주도한 8.18합의가 대의원대회에서 폐기되자 이에 대한 셀프징계를 요구하고, 이를 통해 대의원대회 결정 사항을 중앙집행위에서 재논의하게 만든 셈이다. 이에 대해 박점규 비정규직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8.18합의가 체결권 위배라면 나를 징계하라’고 셀프징계를 요청한 꼴이다.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라고 말했다.
이경훈 지부장은 당시 대의원대회에서 수정동의안에 반대하며, “8.18합의는 교섭에 참여한 아산과 전주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60% 이상이 찬성했다”며 “만약 조합원의 뜻을 무시하고 합의안을 폐기한다면 이후 어떠한 파장이 올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점규 집행위원은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집행부가 낸 안이 수정동의안으로 통과된 경우는 많지만, 이번처럼 중앙집행위에서 대의원대회 내용을 잘했다 못했다는 식으로 안건을 논의한 것은 처음”이라며 “8.18합의를 인정한 위원장의 담화문도 문제지만, 힘 있는 지부가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마음대로 뒤집을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대의원대회에서 수정동의안을 주도했던 박성락 현대차 1공장 정규직 대의원도 “금속노조가 을이고 대공장 지부장이 갑이 아니냐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기업별 노조 형태를 띤 금속노조 조직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이런 절차적 문제를 들어 45차 중앙집행위 결정사항 폐기와 금속노조 위원장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일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에 앞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3월 3일 대의원대회까지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비정규직지회는 또 2월부터 사측과 직접 불법파견 교섭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직접 조정신청을 하고, 법원에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 신청도 낼 계획이다. 아산공장도 60여 명이 신규채용을 거부하고 있어 함께할 예정이다.
김성욱 지회장은 “8.18합의가 현장에 생존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사측과의 교섭에서 8.18합의에 관한 추가 협의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2월부터 직접 교섭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하면 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과 법원에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도 낼 계획이다. 3월 말 4월 초에 끝장 투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모든 비정규직 조합원이 정규직이라는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사측이 교섭을 회피할 명분이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중노위 위원을 맡고 있는 이호동 공대위 공동대표는 “중노위에 조정이든 심판이든 신청했을 때 9.18 법원판결을 얹어서 판정하거나 조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며 “과거 판정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만큼 9.18판결은 노동위에 다른 사건이 제기됐을 때도 굉장히 구속력 있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