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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의 2014년 임단협이 7일 조합원의 투표를 남겨두고 있다. 정병모 위원장(앞줄 왼쪽 두 번째)이 이야기한 ‘노조다운 노조’가 시험무대에 올랐다. [출처: 현대중공업노조] |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은 2013년 집행부를 쇄신하면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정병모 위원장은 ‘노사협조주의심판연대회의’ 후보로 나서 당선됐다. 기존 노조 집행부를 ‘노사협조주의’라 비판하면서 노조다운 노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2014년 임단협은 정 위원장이 말하는 ‘노조다운 노조’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시험무대였다. 오랜 시간 친기업 성향 집행부 아래서 위축된 조합원을 투쟁 현장으로 불러내는 것부터 노조의 A부터 Z까지를 다듬어야 했다.
초반에는 노조 집행부가 소극적인 측면이 없지 않았다. 집행부는 지난해 6월 ‘2014년 임단투 승리결의대회’에 조합원 1,000명~1,500명이 참석할 거라 예상했다. 전체 조합원이 약 1만 8천명 가까운데도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참석률을 예상한 것이다.
예상은 깨졌다. 4,000명이 넘는 조합원이 참석했다. 노조가 준비한 머리띠, 간식, 손피켓 1,000명분은 금방 동났다. 1996년 현대그룹노조총연합의 노동법 개정 반대 파업집회에 6,000여명이 참석한 이후 거의 20년 만에 대규모 집회였다. 노조 대내외에서 ‘골리앗이 부활했다’며 관심이 집중됐다.
이때부터 9월 23일 파업찬반투표까지는 일사천리였다. 9월 1일 회사의 첫 제시안은 오히려 조합원의 화를 돋우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고 23일부터 파업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19년 무분규 임단협을 진행한 현대중공업의 저력(?)은 이 무렵 본격 드러났다. 조합원의 노조활동에 대한 감시와 탄압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23일 회사 관리자 여럿이 하릴없이 투표장 곳곳에 서 있는 모습이 노조 카메라에 잡혔다.
노조는 24일 “회사의 투표방해 공작이 갈수록 도를 넘는다”며 투표 일정을 무기한 연장하는 강수를 뒀다. 회사와 교섭도 전면 중지했다. 교섭위원은 모두 현장으로 복귀했다.
연이어 회사의 노조 탄압 정황이 담긴 문서가 공개됐다. 회사는 조합원의 면담을 통해 성향을 분석․관리하고 조합원의 투표참여 상황도 체크했다.
회사는 탄압 논란이 일 때마다 “회사 공식 방침과 무관한 개별 행동”이라고 부인했다. 노조는 재발 방지를 요구하며 약 한 달 동안 투표를 연장하고, 교섭을 진행하지 않았다.
10월 16일 정기선(정몽준 전 의원 장남) 상무의 승진을 비롯 현대중공업의 임원 인사 이후 노사는 새로운 마음으로 교섭을 진행하기로 한다. 22일에는 투표 결과를 확인하기로 했다. 투표는 1만 7,906명 중 1만 313명(57.6%)이 참여해 1만 11명(재적대비 55.9%)이 찬성했다.
노조는 11월 7일 20년 만에 부분파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위기는 이때 다시 찾아왔다. 회사는 무기한 연장한 파업찬반투표의 정당성을 문제 삼았다. 회사는 투표에 하자가 있기 때문에 파업이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파업을 하루 앞둔 6일 오후 늦게 급하게 파업을 유보했다. 노조 관계자는 “정당한 파업을 불법성 시비로 얼룩지게 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하면서도 “불법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 다각적인 법률 자문을 받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20일 만에 노조는 다시 파업 일정을 잡았다. 11월 27일 노조는 20년 만에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조 추산 조합원 5,000여 명이 참석했다. 회사는 파업 효과가 미비하다고 깎아내리기 바빴다. 부분파업은 이후 세 차례 더 진행됐다.
연말로 갈수록 회사도, 노조도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언론은 현대중공업의 노사분규가 장기화하면 조선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연내 타결을 종용했다. 12월 22일 세 번째 제시안이 나올 무렵 언론은 시종 교섭 타결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노조는 12월 31일 새해를 10시간 정도를 앞두고 기본급 추가 상승 없이 임금구조를 개선하는 노사공동위원회 구성을 추가하는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합의안은 조합원이 미진하다고 여기는 기본급 부분을 임금체제 개선으로 보완할 예정”이라고 “임금체제를 개선키로 합의한 것은 성과”라고 설명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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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