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철 스님과 김영오 씨와 1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나란히 앉아 단식을 한다. 스님은 김영오 씨와 간단한 대화는 나누지만 “힘내야 한다”는 위로의 말은 못하겠다며 말문을 닫았다. 그간 무더위와 비바람에 녹록치 않은 날씨였다고 해도 “더운지도 몰랐고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당수치가 떨어지고 어지러워도 “단식을 하면 누구나 다 그렇다”고 스님은 말했다.
대신 스님은 “나는 고작 며칠 단식하고 있을 뿐”이라며 “유가족이 옆에서 25일째 단식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4월 16일부터 곡기를 끊은 것과 다름없다. 자식 잃고 밥 생각이 났겠는가. 이들은 125일째 단식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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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디어충청] |
도철 스님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 7월 14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자 16일 동조단식에 동참했다. 스님은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는 순간까지 함께할 계획이다.
단식농성장을 마주보고 양옆으로 줄지어 선 농성장에서도 동조단식, 일인시위, 침묵시위, 기도, 서명운동 등등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각계각층의 활동이 활발하다. 조계종 노동위원회와 불력회 등은 2일 이어 9일 광화문 광장에서 특별법 제정 촉구와 실종자 귀환을 위한 3,000배 기도를 봉행한다.
단식에 나선 배경을 묻자 도철 스님은 충남 공주 마곡사에서 세월호 참사 언론보도를 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스님은 “승객을 구조하지 않고도 구조했다고 거짓말한 정부다. 세월호 뿐만 아니라 천안함, 태안 해병대캠프 사고 등 각 종 사고에 대해 진실규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많이 감춰왔다”며 “가슴에 무언가가 생기면서 어떤 고민 없이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단식이 큰 도움이 안 되겠지만, 단식 중인 유민이 아버지 한 분에게라도 조금 위안이 되고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혼자보다 옆에서 같이 해 힘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램, 마음이다. 내 목적이 거창해선 그런 것이 아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도철 스님은 “세월호 국정조사에서도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스님은 “태생 자체가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 권력 유지와 측근 챙기는 정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더 바라겠냐 만은, 국정원이 세월호 증축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문건이 발견된 상황이다”며 “정부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제대로 된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유가족과 이 사회의 요구를 외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 대해서도 “야당도 재보궐 선거 전에는 특별법 제정을 위해 좀 움직이는 것 같더니 지지부진하고 국회의원 임기 채우는 데만 급급한 것 같다”고 비판하며, “정치권에 대한 바람도 접은 지 오래지만, 기소권과 수사권이 빠지면 진상규명이 될 수 없다. 정치권은 당연히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노동자, 시민, 국민 등의 힘이 있어야 바뀐다.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에 제정되기 위해서는 이들이 힘 좀 써야 하지 않겠는가”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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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농성 중인 안산 단원고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 [출처: 미디어충청] |
도철 스님은 새벽 4시에 일어나 밤 10시에 잠이 들 때까지 단식농성장에서 수행한다고 했다. 이곳에서 하루 종일 종교계, 노동·시민사회단체 등의 활동을 지켜보고 수많은 방문자와 인사한다. 일부 방문자들은 스님이 왜 이곳에서 단식을 하냐고 따지기도 한다. 진실을 묻기보다 시비를 걸기 위해 작정하고 온 사람들이다. 관련해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냐고 질문하자 스님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생각은 만들어서 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다만 엄마부대봉사단,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의 행동에 대해 스님은 “선거가 끝난 이후 보수단체의 행동이 뜸해졌지만, 사람은 참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엄마, 어버이라면 그 사람들도 자식이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식이 아프면 남의 자식 아픈 것도 아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광화문 광장에 와서 아파하는 사람 모두 그런 마음이다”고 하며 안타까워했다.
인터뷰에서 기자는 마지막으로 이제 그만 세월호 사건에서 벗어나자는 얘기도 나오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부가 정당히 던져준 내용과 정치권이 정당히 합의한 선을 지키는 것 말이다. 그러자 스님은 “정부가 던져준 내용이 무엇인가?”라고 되물으며 “그것은 진실을 감추자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유언비어가 유포되었다. 진실을 밝히지 못하겠고 그만하자 는 등의 말이 나온다. 이는 세월호 참사 당시 선장과 선원이 학생과 일반인 승객에게 ‘기다려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기다리라고 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며 “하지만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도철 스님과의 인터뷰를 마치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관련 쟁점에 합의했다는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국민대책회의 등은 ‘가족의 요구 짓밟은 여·야 합의 반대’했고, ‘수사권과 기소권 없는 특별법 야합은 무효이며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계종 노동위원회는 ‘게도 구럭도 잃은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라고 일침을 가했다.
‘무늬만 특별법’이 합의된 날,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가 “위가 아파 양치질도 못하겠고 숨이 가빠지며 답답하다. 하지만 광화문 한 복판의 소음과 공해보다,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은 제정하지 않고 서로 힘겨루기나 하는 정부와 정치권을 보는 일이 더 스트레스”라고 말하며 스님과 함께 단식을 이어갈 뿐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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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