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서울본부 남부지구협의회와 노동자의 미래 등은 17일 오전 9시 30분, 구로공단 5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한국산업단지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구조고도화 사업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사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산업자본들의 부동산 투기가 본격 진행된 것은 1997년, 정부의 ‘구로단지 첨단화’ 계획 직후다.
박준도 노동자의미래 정책기획팀장은 “당시 시세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임대사업자들이 3년 후 이윤을 얻고 떠나는 경우가 태반이어서 노동자들의 고용이 불안정해졌다. 정부는 이것을 구조고도화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공단에 호텔 등이 들어설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임대사업자가 마음껏 돈을 벌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임대사업자만 돈을 버는 구조고도화 계획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구로단지 첨단화’ 실행 이후, 2003년 60개에 불과했던 임대사업자들이 2008년에는 1,410개로 늘어났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전부임대사업장의 경우, 공장보유기간이 3년이 채 되지 않는 비율이 82%에 달했다. 5년 이상 소유하는 비율은 0.5% 미만이다. 산업용지 상승률도 크게 증가해,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산업용지 상승률은 전국의 지가 상승률보다 12% 이상 높았다. 2004년에는 지대가 48.8% 상승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해 9월 수립한 서울디지털단지 구조고도화 계획 역시 숙박시설, 극장, 공동주택 등 임대사업 유치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 불로소득을 챙기는 임대사업주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구조고도화 사업은 서울디지털단지 외에도 반월, 시화, 남동, 구미, 익산, 부평, 주안, 군산, 창원, 대불 등으로 확대됐다.
민주노총과 노동자의 미래는 “지대 부담이 높아지면 기업주들은 그 손실분을 만회하고자 임금을 매우 낮게 억제시키려 한다. 부동산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으면 기업주들은 사업을 포기하고 철수해버린다”며 “상업자본과 투기자본의 수익이 극대화되면 노동자들의 고용은 불안해지고 임금은 억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상훈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직국장은 “공단이 만들어진 지 50년이 지났지만, 노동자들의 현실은 50년 전과 다를 것이 없다. 여전히 노동자들의 요구는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것”이라며 “구로공단에 높은 빌딩들이 올라섰지만 녹지조성비율이 0%라 노동자들은 쉴 곳이 없고, 아픈 곳을 치료받을 수 있는 복지시설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기자회견단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구조고도화 사업계획은 노동자들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수렴하려는 의지가 전무하다”며 “정부는 구조고도화 사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공공임대주택과 노동자 복지시설 확대와 녹지시설 조성 방안 등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