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도 흑인 남성을 숨지게 한 백인 경찰을 기소하지 않는다는 대배심 판결이 내려지면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잇따른 판결에 좌절한 시위대는 미국의 체제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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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뉴욕 대배심 판결에 항의 하는 시위대가 브루클린 교를 행진하고 있다. [출처: @CandisLynnT] |
뉴욕 대배심이 3일(현지시각) 지난 7월 17일 뉴욕 스태든아일랜드 거리에서 허가 없이 담배를 판매한 혐의로 불심검문을 당하다 사망한 에릭 가너에 대해 경찰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미주리 주 퍼거슨 사태 후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을 둘러싼 논란에도 대배심이 지난달 24일 불기소 판결을 내린 뒤 치러진 재판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날 배심원들은 백인 경찰의 손을 다시 들어 주었다.
사건 당일 에릭 가너가 불심검문을 거부하자 경찰 7명은 그에게 달려들어 목을 조르고 쓰러뜨린 뒤 머리를 눌렀다. 천식 환자였던 가너는 “숨을 쉴 수 없다”면서 최소 11번 연거푸 호소했지만 경찰은 그를 누르고 수갑으로 결박했다. 곧 가너의 숨은 멎었고 경찰은 그를 되살릴 수 없었다. 가너가 죽어가던 장면은 행인과 그의 친구들에 의해 녹화되면서 과도한 공무집행의 과정이 낱낱이 공개됐었다.
이런 가운데 다시 백인 경찰을 면책한 판결이 나오자 뉴욕 법원 인근 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판결에 반발하는 시위가 일어났고 하루 뒤인 4일에는 뉴욕, 워싱턴 등 주요 도심에서도 잇따라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수천 명이 나온 뉴욕 맨해튼 주요 거리의 일부가 마비됐다.
사람들은 “이 체제를 기소한다”, “전 시스템을 폐쇄시키자”,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 “나는 숨을 쉴 수가 없다”는 문구를 들고 나와 미국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좌절을 드러냈다. 또 “손들었다. 쏘지 말라”는 외침과 함께 가너가 경찰에 결박 당한 뒤 하소연한 “이것은 오늘로 끝이다”라는 말을 따라 “이(체제)는 오늘로 끝이다”라고 소리쳤다. 녹화 영상에서 7명의 경찰에 둘러싸인 가너는 사망 직전 “내가 당신들을 만날 때마다 당신들은 나를 엉망으로 만들려고 했다. 이것도 오늘로 끝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진정한 위기 속에 있다”
셰링린 이필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의장은 4일 “미국은 우리가 진정한 위기 속에 있다는 현실을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치명적인 사건과 인종주의적 편견을 해결하는 데 실패한 국가를 더 이상 정의로운 체제라고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고 <커먼드림스>가 전했다.
가너의 한 친구는 “경찰은 그를 동물처럼 대했다”며 “그가 158킬로그램이 나가더라도 동물은 아니다. 그는 커다란 테디베어와 같았다. 그는 다정했고 그가 만난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았다”고 말했다.
3일 뉴욕 그랜드센트럴역 바닥에 누워 시위를 하던 이들 중에서만 최소 83명이 연행됐지만 시위는 계속 확대될 조짐이다. 5일에도 뉴욕, 워싱턴, 시카고, 디트로이트 등 전국 여러 지역에서 시위가 계획돼 있다. 이 시위는 SNS에서 “오늘로 끝이다(#ThisStopsToday)”는 해쉬태그로 공유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