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반대한다. 이 기사는 논쟁중
인터넷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실명제를 반대한다.

 

공직선거법 제82조6에 의하면, 선거시기에 실명확인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인터넷 언론사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는 국가가 인터넷 언론과 국민에게 강요하는 검열이자, 익명성에 바탕한 표현의 자유와 여론 형성의 권리를 침해합니다. 정보인권 단체로서 진보넷은 선거시기에도 네티즌이 자유롭게 의견개진을 할 수 있도록, 실명제를 거부한 인터넷언론의 기사들을 미러링하고 그에 대한 덧글란을 선거기간 동안 운영합니다. 실명제 반대 행동 참여하기실명제 반대 행동 참여하기

이 게시판을 통해 전북 참소리, 미디어충청, 민중언론 참세상, 울산노동뉴스의 기사와 관련된 토론을 직접 하실 수 있습니다.

 

[인권오름] [인권단어장] 모욕

A: 왜 얼굴이 그렇게 시뻘게?
B: 열 받아서
A: 뭐가?
B: 어떤 자리에 갔는데 날 사람 취급 안하잖아. 면전에 두고도 날 없는 사람 취급하더라구.
A: 그래서 빨간 물이 얼굴이 들었구나. 사람을 사람 취급 안한다? 대체 어떤 식으로 당한거야?
B: 말하자면 길어. 그들에게만 조명이 켜있고 나만 암흑 속에 서 있는 것 같았어.
A: 마음 가라앉으면 차근차근 얘기해 줘. 근데 우리, 이제 그런 거에 무뎌질 때도 되지 않았니?
B: 그게 어떻게 무뎌질 수가 있어?
A: 그래야 살아남지. 너처럼 뻘겋게 달아오르다가 혈압만 오른다. 뭐 달라질 기대도 없고 맘만 상하니까 그냥 신경 꺼.
B: 너까지 더 열 받게 할래? 신경 끄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면 왜 열이 오르겠어?
A: 미안 미안, 하도 사람에 대한 모욕이 판치다보니 무감해지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냥 툭 튀어나온 말이야.

사람 취급 안하기

B: 사람에 대한 모욕이 판친다? 너도 뭔 일 있었니?
A: 사람관계에서 당하는 일이 어디 한 두 가지겠어. 늘어놓자면 한도 끝도 없지. 자존감을 떼놓고 다닐 수도 없고…, 왜 이리 서로 자존감을 해치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게 됐는지 모르겠어.
B: 사람들이 정당한 비판과 모욕을 분간 못하는 것 같아. 모욕이란 자존감에 가하는 공격과 훼손이야. 정당한 비판과는 다른 거라구. 정당한 비판이라면 나의 태도나 일을 반성적으로 고치거나 하면 돼. 하지만 자존감 훼손은 날 같은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거라구.
A: 사람취급 하지 않는다는 게 심정적으론 느껴지는 데 뭐라 콕 짚기가 어렵다.
B: 심정적으로 단지 기분 나쁜 거하고는 달라. 모욕이란 사람을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것, 고의적으로 어떤 사람에게서 중요한 자유와 힘을 뺏는 것을 말해.

사물 취급

A: 가령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나 도구처럼 취급하는 것?
B: 그거라면 신물 나도록 경험해봤지.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줄곧 들어온 ‘인적 자원’이란 말, 요즘 듣는 ‘쓸모없다’는 의미의 ‘잉여’라는 말 ….
A: 쓸모없다 하면서도 우린 정말 훌륭한 기계취급을 받지. 서울의 야경이 실상 ‘야근의 불빛’이라는 과중한 노동은 어떻고? 학창시절 12시간 이상의 학습 노동을 견뎌냈더니 휴식 없는 노동이 기다리더라. 기계도 그 정도 썼으면 닳아서 고장이 나도 숱하게 났을거야.
B: 그렇게 부려먹으면서도 우릴 ‘한번 쓰고 버리는 종이컵’ 취급하잖아.
A: 그렇지. 우리 말고도 쓸 ‘종이컵’은 많으니까. 우린 정말 종이컵보다도 못한 물건이지.
B: 며칠 전엔 손쉬운 해고를 합의고 개혁이란 이름으로 통과시켰더라. 잘리는 건 ‘저성과자’에 ‘근무불량자’래. 불량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눈감고 죽은 듯 엎드려 지내란 거네.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

A: 이렇게 사람취급 못 받는 예가 많은데 또 있을까?
B: 타인을 피부색, 외모, 몸무게, 치수 같은 것으로 보는 거.
A: 맞아 맞아. 난 여성을 비하적으로 말하는 ‘출산기계’, ‘고깃덩어리’, 이런 말들 정말 싫어. 인터넷 사이트만 열면 튀어나오는 뉴스 봐봐. 여성배우는 왜 ‘굴욕 없는 몸매’, ‘출산 후에도 완벽한 몸매’, ‘빛나는 생얼’ 등으로만 묘사하는 거야? 연기에 대한 얘기는 왜 남성배우에 치우쳐서 하는 거야? 사람을 몸으로만 보는 건 그 사람의 의지나 자유 같은 영혼을 빼놓고 보는 거잖아.
B: 또 그거 있지? 요즘 말 많은 몰카. 정말 모욕 아니니? 내 속옷, 배설…, 그런 걸 누군가 함부로 찍어 노출시킨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모욕이야. 여성인 내가 내 사적인 영역을 지킬 수 없다는 건 이 사회에서 내가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내는데 절대적으로 무력하다는 거고, 그걸 침해하는 쪽이 여성을 전혀 사람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야. 그런 걸 ‘평범하던’ 사람의 ‘순간적 일탈’로 표시하는 언론은 모욕을 선동하는 거고.
A: 아까 네가 ‘고의적으로 어떤 사람에게서 중요한 자유와 힘을 뺏는 것’이 모욕이라 말했지? 몰카라는 게 나에게서 내 사생활을 통제할 힘을 뺏어가지, 또 그것의 침해에 항의하고 지킬 자유를 무시하고 있는 거네. 정말 심한 모욕이다.
B: 왜 ‘여성’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치심을 느끼게 만드는 거야? 가령 조폭에 소속된 것에 대해서는 뭐라 할 수 있지만, 사람이 ‘자기’라는 걸 형성하는 데 합당한 정체성을 열등한 것으로 찍어서 거부하고 괴롭히는 것 또한 모욕이야.
A: 맞아. 나를 사람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성, 피부색, 종교’ 등이 포함되는 데 그걸 가지고 ‘눈에 띄지 말라’고 명령하거나 심각한 결함이 있는 인간으로 대하는 건 모욕이야.
B: 물건이나 기계 취급, 인간 이하 또는 열등한 인간 취급, 한마디로 비인간 취급 속에서 사람으로 살아가기 정말 힘들다.

제도적 모욕

A: 게다가 자존감에 상처준 걸 피해자 탓이라고 몰아붙이는 건 어떻고. ‘네가 못나서’ 또는 ‘네가 오해해서’라고 하면서 모욕당했다고 간주될 만한 조건이나 상황마저 왜곡해버리잖아.
B: 별난 개인들만이 문제가 아니야. 왜곡이란 점에선, 개인적인 모욕만이 아니라 제도적 모욕이 더 심각한 것 같아.
A: 제도화된 모욕?
B: 어떤 개인이 못되게 날뛰는 것 말고 이 사회의 제도 자체가 조직적으로 모욕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 말야.
A: ‘정규직 노동자’ 또는 ‘쉽게 해고되지 못할 인재’가 되는 건 ‘네 노력에 달렸다’는 식으로 책임 전가하는 게 떠오르네.
B: 노동권 있지? 난 요즘 이 말이 너무 아프다.
A: 말만 들어도 아픈 단어가 있지. 나는 안전장치 없이 스크린도어 수리하다 죽은 노동자 생각이 나네. ‘용광로’였다가 ‘창고’였다가 ‘스크린도어’였다가, 앞의 말만 바뀌지 ‘안전장치 없이 방치된 노동자의 죽음’이란 조건과 상황은 변함이 없어. 이런 게 제도적 모욕이 아니면 뭐가 제도적 모욕이겠어?
B: ‘권’이란 말에는 ‘옳다’는 뜻과 그 옳고 정당한 것을 ‘마땅히 요구할 수 있는 자격’이란 뜻이 들어있대. 그러니까 ‘노동권’이란 말은 ‘노동에 관하여 옳은 것’, ‘노동에 대해 옳은 것을 마땅히 요구할 수 있는 자격이 노동자에게 있다’는 말이지.
A: 그런데 사람들은 ‘네가 스펙을 덜 쌓아서 그래’, ‘좀 더 노력하지 그랬어. 좀 더 유능하지 그랬어’란 식으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해. 그래서 취직 못한 사람, 해고된 사람, 사고당한 사람이 오히려 죄인 취급을 받지. 거기다 대고 동정어린 시선을 보내고 앞 세대 임금을 잘라서 주고, 기부금을 조성해서 돕겠다는 건 제도적 모욕의 극단이야.
B: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필수적인 물질적 자원이 있잖아. 제대로 차려입고 나갈 수 있어야 하지, 제대로 씻고 잘 수 있어야지, 제대로 먹을 수 있어야지, 이걸 죄다 형편없는 노동환경에 방치해두고 사회보장제도에도 인색하면 어쩌란 건지 모르겠어.
A: 난 솔직히 무서워. 나는 집은커녕 방도 없어.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희망이 없어, 삶의 장기적인 계획 같은 걸 세울 수가 없어. 뭘 배우고 싶어도 돈과 시간이 없어. 휴식도 아플 때의 치료도 공공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아니라 다 내가 알아서 해결해야 돼. 이런 조건에서 누굴 돌보기는커녕 내가 날 언제까지 돌볼 수 있을지가 두려워.
B: 그만, 그만! 나 또 얼굴이 빨개질 것 같아.

모욕의 결과들

사진설명[그림 : 이강훈]

B: 너, 아까 나보고 ‘신경 꺼’라고 말했지? 많은 사람들이 모욕을 대할 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 ‘그 사람들(모욕의 가해자)이 정당하지 않은 데 왜 네가 위축돼? 네가 떳떳하면 됐지.’ 또 ‘그런 자들을 뭘 중요하게 생각해. 그냥 XX다, X같은 것들, 그래 버리면 되지.’
A: 미안하다고 했잖아. 사실 나도 ‘나만 아니면 괜찮다’, 이게 정말 통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또 ‘X같은 것들’ 이래 버리고 말면, 나도 그들과 같은 부류가 되는 거고 같은 방식을 쓰는 거잖아.
B: 맞아. 솔직히 남을 모욕하는 사람들이 사람 취급을 안하다고 하지만, 사실 ‘사람’이란 걸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걸 거야. 사람이니까 모욕감을 느끼는 걸 아니까 그걸 이용하는 거라구.
A: 모욕으로 사람을 괴롭혀서 도대체 뭘 얻으려는 걸까?
B: 우리가 무력감을 느끼는 걸 보고 즐기려는 게 아닐까? ‘넌(너흰) 내 수중에 달려있어.’ 뭐 이런 거. 타인의 운명이 내 손에 달려있다는 우월감, 조종력을 느끼고 싶은 거지. ‘넌 스스로 네 삶을 결정할 수 없고 키는 내가 쥐고 있어.’ 이런 메시지를 모욕을 통해서 전달하는 거야. 그래서 삶의 통제력을 피해자에게서 뺏어가고 무력감과 의존성을 강요하고 싶은 거야.
A: 모욕 받아도 가만히 있다보면 자기 걸 뺏겨도 덤덤해지겠네?
B: 실제로 역사적 사례를 보면, 내쫓고 싶은 사람이나 집단을 우선 대놓고 모욕하는 데서 공격이 시작돼. 모욕을 당하는 데도 가만히 있으면, 또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저 남 일 취급하며 구경하다보면 모욕이 자연스런 일상이 돼. 그때부터는 법이나 제도로 그 사람들의 권리를 없애거나 줄이는 게 얼마든지 가능해.
A: 우리 노동자들 처지 같다. 대놓고 노동자를 되고 싶지 않은 ‘하층’계급 취급하고 감정노동이니 서비스 정신이니 해서 하인 취급하는 걸 내버려두고, 나는 ‘소비자’로서 누리고 대접만 받고 싶다, 뭐 이러다보니 노동권이 쥐락펴락 맘대로 되고 있잖아.
B: 더럽고 아니꼽지만, 그런 우월감이나 권력을 즐길만한 위세를 가진 사람들이 있지. 그런데 그런 처지가 아니면서도 남을 모욕하는 사람들은 뭐지? 그럴 처지가 못되는 사람들이 왜 더 악랄하게 남을 괴롭히는 걸까?
A: 그건 번지수 잘못 찾은 폭력이 아닐까? 자기에게 진짜 모욕을 준 쪽이나 제도적 모욕에는 입도 벙긋 못하겠으니까 약한 쪽을 골라 분풀이하는 거지. 모욕에 손상된 자존감을 더 약한 타자를 해치는 것으로 보상받고자 하는 것, 그게 모욕을 재생산하고 모욕에 대한 진짜 저항을 가로막는 걸 거야. 사실 개인적 모욕이랑 제도적 모욕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같이 다닌다고 할 수 있어.
B: 사람의 말과 행동은 머물러 있지 않고 움직이잖아. 움직이면서 영향을 만들어 내. 모욕을 모욕으로 돌려막기 하다보면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처럼 악순환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 ‘못났다, 못났다, 못나서 저렇게 됐다’는 말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니까 그게 문제의 원인이 돼버리고 우린 실제로 ‘못난 사람’이 돼버렸어. 그래서 모욕에 대해 같이 저항할 동료는 없고 사방에서 날 못났다고 째려보는 불특정다수에 둘러싸여버렸어. 그래서 특별히 날 모욕하는 사람이 없어도 난 늘 ‘아무것도 아닌’, 그저 ‘노바디’란 굴욕감을 느껴야 돼.

무감해지지 않을래

B: 난 모욕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되고 싶지 않아.
A: 난 모욕에 덤덤해지려는 것부터 다잡아야겠어. 나, 민감해질 거야. 말리지마. 너, 아까 뭣 때문에 열 받았다고 차근차근 얘기해준다고 했잖아. 이제 얘기해봐.
B: 이미 충분히 얘기했어. 앞서 한 얘기가 전부 내 얘기 같아. 그냥 이런 말을 하고 싶어. 난 사람이니까 모욕감을 느낀다구. 나에겐 존엄성이 있고 그에 따른 자존감이 있다구. 이건 명예심이나 자부심과는 다른 거야.
근데, 내 자존감은 나 혼자의 세계에서 만들어지고 완성되는 게 아냐. 그 사람들의 눈으로 날 보게 돼. 그냥 기분 나쁜 문제가 아니라 그런 눈을 통해 그 사람들은 나에게 영향을 줘. ‘나는 여기서 입을 열면 안된다. 난 발언권이 없구나. 내가 저 사람들이 날 바라보는 눈을 바꿀 수 없구나.’ 이런 무력감이 든다구. 그래서 어디론가 숨고 싶어져. ‘괜찮다! 괜찮다! 괜찮아!’ 나를 아무리 내가 달래도 상황이 좋아지지는 않아. 다른 사람들이 내게 보이는 태도에 계속 신경 쓰인다구. 나는 내 방에서 혼자 나는 나를 존중한다고 되뇌고 싶은 게 아니라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내가 소중한 존재로 대접받고 싶다구.

덧붙이는 말

류은숙 님은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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