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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제 전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장이 재판 승소 소식을 듣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출처: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
현대자동차가 원고 전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의무가 있다는 서울중앙지법 판결은 소송을 제기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조차 믿기 힘든 결과였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합법 도급 기준을 현대차와 하청업체 간 계약 형식에 두지 않았다. 법원은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근로관계에 기초해 합법 도급 여부를 판단했다.
반면 현대차는 대법원이 최병승 씨에 대한 판결을 내리면서 제시한 근거 중 5가지를 편의적으로 이용해 반론을 폈다. 현대차는 △컨베이어 공정 △정규직과 혼재성 △정규직 대체 근로 △직접 작업지시 근거가 되는 조립작업지시서의 해당 공정 기재와 사양식별표 등 비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불법 파견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현대차는 대법원이 종합적 판단을 위해 몇 가지 주목할 점을 언급한 것을 두고 재판의 중요 쟁점으로 삼으려 했다. 때문에 판결 직전까지 노동계는 스스로 보수적인 기준으로 승소 가능성을 낮춰 잡았다. 지난 8월 판결 3일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특별교섭 합의가 이뤄진 것도 승소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따를 정도다.
□컨베이어 공정이 핵심 현대차 주장의 모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컨베이어 공정이 갖는 특수성을 알아야 한다. 연속해서 작동하는 컨베이어를 이용한 자동차 생산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하나의 공정으로 떼어내 개별 노동자의 개별 노동으로 만든다.
덕분에 사용자는 개별 노동자에게 구체적 작업지시나 명령을 할 필요 없이 컨베이어를 통제해서(작동 속도, 작동 조건 등) 작업을 통제할 수 있다. 그래서 컨베이어 앞에 선 개별 노동자는 타인의 업무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개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업의 독립성은 합법 도급의 핵심적인 조건이다. 도급은 작업의 처음과 끝을 개별 노동자(하청업체)가 독립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완성차 하나를 생산하는 작업은 공동 목표 아래 공정이 컨베이어로 일원화된다. 때문에 공정 하나가 멈추면 다른 공정도 진행할 수 없다. 공정간 유기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사실상 ‘완성차 생산’이라는 하나의 노동을 함께 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태욱 변호사는 “컨베이어 작업의 ‘독립성’과 ‘유기성’은 같은 컨베이어상이라면 장소와 형태에 따른 업무의 질적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든다”며 컨베이어를 경유하는 모든 노동자는 사실상 컨베이어를 통제하는 현대차의 직접 지휘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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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지회간부들이 4년 만에 나온 1심 판결을 듣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출처: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
□컨베이어 특수성 피하려는 꼼수 현대차도 자동차 산업의 고정적 특성인 컨베이어 공정의 특수성을 부정할 순 없었다. 때문에 현대차는 정규직과 혼재성, 정규직 대체 근로, 직접 작업지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차가 대법원의 최병승 판결 이후 촉탁계약직을 늘리고, 하청노동자의 공정을 정규직과 혼재 없이 블록화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법원은 “블록화된 근로자의 개별 업무 역시 혼재된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전체 생산공정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같은 컨베이어상이라면 장소와 형태에 따른 업무의 질적 구분은 무의미”라고 밝혔다.
블록화 하더라도 컨베이어 위에 있는 한 컨베이어를 통제하는 현대차의 직접 지휘를 받는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현대차가 하청 노동자의 수행 공정을 정하는 방식도 정규직 노조가 선호하는 공정을 먼저 선택하고 남은 공정을 맡기는 식이다. 공정 분리가 정규직 노조의 선호도에 따라 우연히 결정되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특별한 업무 지휘 시스템을 바꾸지도 않는다. 처음부터 우연에서 비롯되는 혼재성과 블록화는 의미가 없는 주장인 것이다.
□자동차 산업 합법 도급 불가 이는 컨베이어 제작 공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자동차 산업에서 합법 도급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순간도 도급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하청 노동자가 모두 불법파견일 수밖에 없는 증거다.
김태욱 변호사는 “판결이 불법파견을 인정한 근거는 (현대차의 주장처럼)원고 개개인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근로자 파견의 증거가 있어서가 아니”라며 “자동차 생산 공정에서 업무가 이뤄지는 방식을 근거로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비단 자동차 산업 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의 생산 방식을 상당 부분 차용하는 제조업 다른 업종에도 해당하는 문제”라며 “이번 판결은 제조업의 불법파견이 매우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고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확인해줬다”고 강조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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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