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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임명된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
사실 이성호 위원장의 취임 과정은 현재 인권위가 지닌 문제점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이었다. 인권위법 5조에 따르면,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위원장으로 선임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30년 판사 경력 외에는 별다른 인권 관련 이력이 없었다.
이런 부적절한 인선을 막기 위해 인권단체들은 그동안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가 권고한 대로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투명한 인선절차를 마련할 것을 요구해 왔으나, 이성호 위원장의 선임 과정은 시민사회의 참여는 고사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졸속으로 처리되었다. 청와대는 후임 위원장 선임에 대해 어떠한 공식적인 의견표명도 없다가 현병철 전 위원장의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올해 7월에 이성호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을 내정했던 것이다.
이처럼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청와대의 일방적인 의지로 강행되는 위원장 선임과정은 그간 ICC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은 부분이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아, 인권위는 지난해와 올해 초 세 차례에 걸쳐 ICC 등급 심사에서 ‘보류’ 통보를 받기도 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일까? 이 위원장은 최근 그의 선임과정에 가장 강하게 문제제기를 해 왔던 단체인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을 면담한데 이어, 지난 8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단체들과 만나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장애인 인권 현안 적극 대응 하겠다”
이성호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장애인단체 측은 무엇보다 2011년 12월 ‘장애인활동지원법의 올바른 제정’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퇴진’을 요구하며 인권위 점거 농성을 하던 와중에 사망한 故우동민 열사 사건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당시 인권위는 농성이 진행되던 인권위 건물 11층의 난방을 차단하고 엘리베이터 운행을 중단해 우동민 열사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이성호 위원장은 "전 위원회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상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당시 인권위의 조치에 대한 즉각적인 답변은 어렵지만, 검토해보겠다"라며 다소 미온적인 대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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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병철 인권위원장 재임동안 인권위의 '정상화'를 위해 인권위에서 농성을 하는 인권단체들. |
반면, 갈수록 늘어나는 장애인 인권 현안에 대해 인권위의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에는 긍정적인 검토 의사를 밝혔다.
무엇보다 2014년 기준 인권위에 접수되는 장애인 차별 진정 사건이 2007년과 비교해 4배 가량 증가했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대구와 부산 등에 인권위 지역 사무소가 있지만 자체 조사권이 없어 중앙에서 조사관이 내려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또한, 인력 부족으로 인해 진정된 사건이 종결되기까지는 평균 142일이나 소요되고 있는 실정.
이에 이성호 위원장은 "정부에서 인권위의 인력을 줄이려고 하는 애로 사항이 있다 보니 충원이 더뎌지고 있다"며 "지금의 인력을 가지고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조사할 수 있을지 12월 동안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장애인 인권침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거주시설 문제와 관련해서도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특히, 거주시설 인권침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시설 정상화 방식이 아닌 탈시설-지역사회 생활지원을 위한 국가정책이 세워질 수 있도록 인권위가 압박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이를 위한 관련 단체와의 상시적인 간담회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인권위 측은 “상시적인 간담회를 통해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것에 공감하는 바이며, 거주시설 문제 해결책으로 탈시설의 방향을 갖고 있다”며 “(탈시설 계획을 발표한) 서울시와 전주시, 복지부와 함께 21일 간담회를 열 계획이므로 이를 통해 정부에 탈시설 관련 로드맵을 만들도록 정책 권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성호 위원장은 또한 "장차법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실태조사를 하고 정책권고를 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이성호 “인권위가 힘이 없다, 도와달라”... 인권단체 “ICC 권고 내용 이해나 하고 있나?”
한편, 이날 면담에서 이 위원장은 현행 인권위법의 문제 때문에 인권위의 독립적 운영이 잘 되지 않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처럼 예산편성에 독립된 기관이 되어야 하는데 인권위가 힘이 없다”라며 “장애인단체들이 인권위 독립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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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인권기구 권고에 맞지 않는 인권위원 선임에 반발하는 시민단체 기자회견 모습. |
그러나 이 위원장의 이런 발언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명숙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집행위원은 "말도 안 되는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담은 인권위법 개정안을 환영하는 논평을 쓴 것을 봤을 때, 아직 ICC 권고 내용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꼬집었다.
이는 지난 10월 정부가 ICC권고를 바탕으로 제출한 인권위법 개정안을 두고 한 말로, 개정안은 △인권위원의 구체적 자격기준 명시(대학 연구기관 또는 조교수 이상 경력 10년 이상, 판·검사 또는 변호사 경력 10년 이상, 인권분야 활동경력 10년 이상 등) △인권위원 구성의 다양성 및 인권위원 선출 절차의 투명성 보장 △인권위원이 직무상 행한 발언 등에 대하여 책임 면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이 개정안이 인권위원 자격을 판·검사, 변호사, 교수 등으로 명시해 엘리트주의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최근 인권위원들의 반인권적 차별 발언들이 문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무상 발언에 대해 면책 조항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해 왔다.
명숙 활동가는 또 최근 시국과 관련해서 “물대포로 인해 세월호 유족과 백남기 어르신이 다치는 등 뻔히 보이는 인권침해 현장에서도 인권위는 보이지 않았다"며 "국가적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중재는 물론이고 입장표명 조차 하지 않아 우리나라에 인권기구가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인권위는 전혀 역할을 하지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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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영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