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에 참가할 수 없다면 굶어 죽겠다.” 지난 달 10일부터 37일째 단식 중인 니코스 로마노스의 말이다.
로마노스는 지난해 2월 그리스 북부의 한 도시 은행에서 돈을 훔치려 하다가 붙잡힌 후 지난 10월 16년형을 받았다. 은행 강도 혐의 외에도 테러 조직 가담을 포함해 5가지 범행을 이유로 선고된 중형이었다. 몸은 묶였지만 대학입학시험을 준비해 왔던 그는 구치소에서 시험을 치렀고 결국 아테네 대학 법학과에 최종 합격했다. 로마노스는 원래 경영학을 전공하려고 했지만 수감 중 마음을 바꿨다. 그러나 해당 법원이 그의 학습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단식을 시작했다. 목숨 건 단식에 그의 건강은 매우 위중한 상태다. 로마노스의 건강이 악화되자 정부는 로마노스에게 온라인 강의를 듣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고 강의실에서 직접 수업을 듣겠다고 요구하고 있다.
21세의 청년 로마노스는 그리스 아나키스트이자 6년 전 15세의 나이로 경찰 총에 맞아 사망한 알렉스 그리고로포울로스의 절친이기도 하다. 이런 그의 단식 투쟁은 경제위기 후 가라앉은 그리스의 저항 운동에 격렬한 불길을 점화하고 있다.
<그리스닷넷> 등에 의하면, 로마노스가 단식에 들어가자 학생들은 그의 요구를 지지하면서 대학을 점거하기 시작했다.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 대학 학생들은 학장실을 점거했으며 크레타의 시민들은 시청을 점거하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3일(현지시각)에는 전국 각지에서 수만 명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아테네에서는 최소 10대의 차량이 파손되고 여러 개의 은행 외벽도 손상됐다. 6일에는 아테네에서 알렉스 그리고로포울로스 6주기 추모행사를 계기로 1만여 명 규모의 격렬한 시위가 진행됐고 대도시 테살로니키에서는 6천 명 이상이 거리로 나왔다. 아테네 의회 인근에서 수백 명은 돌과 화염병을 경찰에 던지는 한편, 자동차와 쓰레기통에 방화하고 유리진영장을 깨며 정부에 항의했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투입했고 현장에서 200명 이상을 연행해 갔다.
시위대 경찰과 격렬 대치...200명 이상 연행
2008년 12월 6일 당시 경찰이 그리고로포울로스를 총격 살해한 후 그리스에서는 경제 위기를 앞두고 수 주 동안 전례 없는 봉기가 지속됐다. 이 때문에 로마노스의 단식투쟁을 계기로 새로운 봉기가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시 위력적인 시위 속에서 전국의 학교, 대학과 빈 건물이 점거됐다. 그리스 언론들은 1974년 민주주의 복귀 후 최악의 상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매년 12월 6일 그리스 경찰은 최고조의 경계 태세를 취해 왔다. 그리고로포울로스를 살해한 경찰은 종신형을 받았지만 상고한 상태다.
그리스 의회가 새 긴축 예산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라는 점도 거리의 불안을 낳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로마노스의 부모를 만난다는 계획이다. 그리스 아나키스트들은 로마노스가 생명을 잃는다면 그리고로포울로스에 이어 국가에 살해된 2번째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