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에서는 정부와 재계의 임금체계 개악에 대응하기 위한 투쟁을 준비 중이다. 이미 단위사업장에서 통상임금과 관련한 노사 의견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와 관련한 구체적 대응 방안이나 투쟁 계획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금속노조는 7~8월을 기점으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화와 노동조건 및 임금의 후퇴 없는 근무형태 변경, 성과연동 임금체계 저지 등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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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금속노동자] |
통상임금 왜곡, 정부와 재계의 합작품...노동계 파업 예고
고용노동부는 지난 2009년 ‘성과연동 임금체계로 경쟁력 있는 회사 만들기’라는 자료를 발간하고 성과주의 임금체계로의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이는 14개 회사에 대한 임금컨설팅 사례를 묶어놓은 자료집이다.
노동부는 이 자료집을 통해 ‘고정상여 700%중에서 400%는 고정상여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변동상여 기초액으로 전환’하라는 컨설팅을 진행했다. 고정상여를 축소하고 변동상여를 늘리는 총액인건비 관리제를 운영하라는 조언이다. 아울러 ‘성과주의 인사’가 필요하다는 점과, ‘성과보상형 연봉제’로 임금체계를 개정하고, 인사고과에 등급에 따라 임금인상률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포함 돼 있다.
또한 지난 4월, 국회 공청회를 통해 고용노동부가 기업 CEO및 인사노무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통상임금 축소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했다는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해당 교재에는 통상임금에 편입되기 어려운 제수당을 신설하고 나머지는 성과급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비롯해,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골간으로 한 직능급, 직무급, 성과급제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나와 있다.
대법원 판결 이후인 지난 2월에는 경총이 통상임금 대응 지침을 발표했다. 경총은 이를 통해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임금 인상률을 조정하거나 급여지급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편해 인건비 부담을 감소시킨다’는 방법을 제시했다. 아울러 생산성 향상을 통해 연장근로를 축수하고, 관련 수당의 발생을 최소화한다는 방안도 마련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지난달, 올 임단협 교섭 대응을 위한 가이드를 발표했다. 이들 역시 ‘성과, 보상과 연계한 성과급’을 늘릴 것과, 연공급 임금을 직무급 등으로 개편하는 등의 임금체계 개편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근로시간 단축을 진행하되, 노조가 임금보전을 요구할 경우 생산성 제고와 연계해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것도 조언했다. 임금피크제와 선택적 정년제도 등의 도입도 강조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월 발표한, ‘통상임금 노사지도지침’ 역시 통상임금 인정범위를 과도하게 축소하는 등 대법 판결을 왜곡하고 있다는 논란에 시달렸다. 실제로 경기지역에 있는 한국노총 소속 제조업 사업장 C사의 경우, 대법원 판결 직후인 올 1월부터 정기상여금과 근속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키로 했다. 하지만 노동부가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상여금은 고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는 지도지침을 발표하자, 곧바로 ‘재직자 지급 조건’을 이유로 통상임금 합의를 번복하고 이를 환원조치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 시도
정부, 재계의 지침에 따른 통상임금 축소 및 왜곡 이외에도, 현장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임금체계 개편 등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통상임금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는 발레오전장시스템의 경우, 이번 노사 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시행키로 합의했다. 오는 2016년부터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되, 58세에는 임금 동결, 59세에는 임금 10% 삭감, 60세에는 임금 20%를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통상임금 축소 합의로 지도부 사퇴를 겪었던 대전지역의 다국적 자동차 부품기업 A사의 경우도, 정년 만 58세 이후 1년 단위로 최장 2년까지 정년을 연장하되 임금은 58세 임금을 적용키로 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아울러 노사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지침인 ‘선택적 정년제도’와 유사한 명예퇴직 제도를 시행하기로 잠정합의를 도출했다. 나이와 근속년수에 따라 명예퇴직 지원금을 차등 지원하는 제도다. 나이가 어리고 근속년수가 낮을수록 지원금은 높아진다.
A사 조합원들의 반발로 해당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직후, 사장은 한국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조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총회 부결 직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통상임금 확대는 한국00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한국00 근로자의 임금은 동유럽보다 훨씬 높을 뿐 아니라 일부 서유럽 지역보다도 약간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600%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성과급을 연봉 50%에서 70%로 확대하는 성과급제 강화와, 임금피크제를 실시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대다수가 성과연봉제여서, 실제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혜택은 미미한 수준이다.
광주지역 냉동, 공조 업체 B사의 경우, 통상임금 확대 적용 및 3년치 소급분과 관련 모두 법원 소송 판결에 따른다고 합의했다. 이와 함께 회사는 임금체계 개선 안을 제시하고, ‘장시간 근로체제를 개선하기 위한 생산성 향상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금속노조, 완성차노조 등 7~8월 파업 예고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확산되면서, 노동계는 통상임금 정상화 및 임금체계 개악 저지 등을 놓고 7~8월 파업 및 투쟁을 준비 중이다. 르노삼성, 한국지엠 등 완성차 노조들은 잇따라 파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현대기아차 노조 역시 8월 파업에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속노조도 중앙교섭 결렬에 따라 7월 22일과 8월 중순, 두 차례 파업에 나서게 된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2일부터 사흘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으며, 90.7%의 찬성률을 기록하며 파업을 결의했다. 노사는 그간 통상임금 확대와 단협 불이행, 정년 연장 등을 둘러싸고 대립해 왔으며, 오는 14일 2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15일 협상 이후 추가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지엠노조 역시 이번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정기상여금 및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것을 요구해 왔으나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파업 수순을 밟게 됐다. 노조는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으며, 69.3%로 파업을 결의했다.
현대차 노사 역시 지난달 3일부터 교섭에 돌입했지만, 통상임금 범위 등을 놓고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할 것과, 조건 없는 정년 60세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오는 16일에는 현대,기아차 노조와 금속노조 확대간부 등 2천 여 명이 양재동 현대, 기아차 본사 앞 타격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금속노조 역시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와 중앙교섭을 진행했지만, 통상임금 및 근로시간 단축 등 쟁점 사항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7~8월 투쟁을 결의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1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접수한 상태다.
이 날 집단 쟁의조정신청에 나선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은 124개로, 조합원은 3만 4천 여 명의 규모다. 앞서 22개 사업장도 사전 조정신청을 접수한 바 있어, 쟁의조정 절차가 마무리되면 5만 2천 여 조합원이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조는 오는 14일부터 사흘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10일 조정신청을 접수하지 않은 사업장 역시 7월 말까지 조정신청을 완료하며, 7월 22일 파업을 거쳐 8월 2차 파업까지 투쟁 수위를 높여갈 예정이다.
또한 금속노조는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통상임금 대응방향으로 △상여금을 분할해 성과상여로 나누어지는 것에 명확히 반대할 것 △근무형태 변경 시 기존 노동조건과 임금조건이 저하되지 않도록 할 것 △자본의 성과연동, 총액인건비 관리 의도를 폭로할 것 △보전수당 확보 및 제수당의 기본급화, 임금체계의 단순화를 통해 월급제 방향의 내용을 확보할 것 등을 확정한 상태다.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은 지난 8일 총파업 담화문을 발표하고 “15만 총파업을 통해 통상임금을 포함한 4대요구를 쟁취하자”며 “7월 22일 1차 총파업을 전개한다. 그래도 사용자들이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8월 셋째 주 동시 전면 총파업을 통해 우리의 요구를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