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을 보다보면 가끔 '30일 이내' '90일 이내'와 같이 어떤 기한을 정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한 중에는 지키지 않으면 효력이나 자격이 없어지는 매우 엄격한 기한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지키지 않아도 법적 효력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징계위원회가 '이 사람을 징계해 주세요'라고 교육감으로부터 징계의결요구를 받아서 징계를 할 경우에 적용하는 교육공무원징계령 제7조(징계의결의 기한)을 보면 "징계위원회가 징계의결 요구를 받은 때에는 그 요구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징계에 관한 의결을 하여야 한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당해 징계위원회의 의결로 30일에 한하여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규정에 나오는 것처럼 징계위원회가 징계의결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징계를 해야 하는데, 이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 징계위원회의 징계의결 효력이 없어지거나 교육감이 한 징계의결요구의 효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규정을 어겼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법원에서 이 규정을 훈시규정으로 해석을 하기 때문이지요. 즉, 각종 절차를 정한 규정 가운데서 법원이나 행정부에 대한 명령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서 행위의 효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석합니다. 그럼 위 규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규정이 되어버리지요.
반면, 소청심사의 기한을 정한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제9조(소청심사의 청구 등)의 1항을 보면 "교원이 징계처분과 그 밖에 그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에 대하여 불복할 때에는 그 처분이 있었던 것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심사청구인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때 '그 처분이 있었던 것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라는 기한은 꼭 지켜야 하는 기한으로 봅니다. 비슷한 것으로서 같은 법 제10조를 보면 "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교원, '사립학교법' 제2조에 따른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 경영자 등 당사자는 그 결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나오는 '90일 이내'도 역시 꼭 지켜야 하는 기한입니다. 이 기한을 넘겨서 제기된 소송은 소송의 요건이 갖추어지지 아니했다고 해서 '각하' 판결을 받습니다.
그래서 저는 소청심사청구나 소송을 제기할 때 날짜가 임박한 경우에는 우편을 이용하지 말고 직접 가서 접수하라고 권합니다. 만일 어찌어찌해서 우체국에서 우편물을 늦게 전달하면 위에 나오는 기한을 넘길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소청이나 소송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보면 행정부나 사법부가 지키도록 해놓은 기한은 훈시규정으로 해석을 해서 마음대로 여겨도 되고, 우리가 지켜야 하는 기한은 어기면 안 되는 것으로 해놓았습니다. 참 자기들 편의대로 인 것 같아요.
기한 중에 징계시효라는 것이 있습니다. 최근 정치후원금에 대한 징계와 관련해서 자주 나오는 것입니다. 국가공무원법 제83조의2(징계 및 징계부가금 부과 사유의 시효)에 보면 "징계의결 등의 요구는 징계 등의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2년(금품 및 향응 수수, 공금의 횡령ㆍ유용의 경우에는 5년)이 지나면 하지 못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이란 징계대상행위가 종료된 때를 말합니다. 일련의 징계대상행위를 쭉 해왔다면 마지막 행위를 한 시점으로부터 징계의 시효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의 경우 지금으로부터 2년 이전에 후원금을 중단했다면 징계시효를 넘긴 것이 되어서 징계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어떤 공무원이 횡령을 한 후에 나중에 그것이 틀통 나서 수사 후 형사 처벌을 받은 사건의 경우의 판례를 보면 "징계처분에 있어서 그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원고의 횡령행위 그 자체이고, 그 이후의 원고에 대한 수사 내지 재판과정 등은 징계절차와는 별도의 형사소송절차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 과정에서 다소 물의가 야기되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부분만 따로 떼어서 하나의 징계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대법원 1990.4.10. 선고 90누264 판결)고 하고 있습니다. 즉 정당에 정치후원금을 냈다면 그 후원금을 낸 시점으로부터 징계시효를 삼아야하지, 나중에 검찰이 이를 알게 되어서 수사하고 이를 기소했다고 해서 징계의 시효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번 징계와 관련이 있는 판례 하나를 소개합니다. "사용자가 근로자를 징계해고 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로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해고사유를 만들거나 내세워 징계라는 수단을 동원하여 해고한 경우나 해고의 이유가 된 어느 사실이 소정의 해고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거나 해고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징계해고에 나아간 경우 등 징계권의 남용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정당성을 갖지 못해 효력이 부정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대법 1993. 10. 12. 92다 43586 손해배상)
그래서 징계대상이 아님을 알면서, 즉 징계시효가 넘은 것을 알면서 징계를 하게 되면 불법행위를 구성한 것이 되어서 나중에 소송을 당하게 된다는 말이지요. 교육부 사람들 당장은 신이 날 줄 모르지만 나중에 골치 아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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