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반대한다. 이 기사는 논쟁중
인터넷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실명제를 반대한다.

 

공직선거법 제82조6에 의하면, 선거시기에 실명확인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인터넷 언론사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는 국가가 인터넷 언론과 국민에게 강요하는 검열이자, 익명성에 바탕한 표현의 자유와 여론 형성의 권리를 침해합니다. 정보인권 단체로서 진보넷은 선거시기에도 네티즌이 자유롭게 의견개진을 할 수 있도록, 실명제를 거부한 인터넷언론의 기사들을 미러링하고 그에 대한 덧글란을 선거기간 동안 운영합니다. 실명제 반대 행동 참여하기실명제 반대 행동 참여하기

이 게시판을 통해 전북 참소리, 미디어충청, 민중언론 참세상, 울산노동뉴스의 기사와 관련된 토론을 직접 하실 수 있습니다.

 

[인권오름] [인권단어장] 국민 주권

A: 난리다. 난리. 세상에 이런 난리가 없다.
B: 검은 돈으로 주고받는 이권의 정치, 권력의 사유화……. 넌 요즘 심정이 어때?
A: 어릴 적 꼬리잡기 놀이할 때 같아.
B: 꼬리잡기?
A: 머리에 선 대장은 팔짱끼고 버티는데 꼬리에 붙은 애들은 서로 잡고 잡히지 않으려고 이리 저리 뛰고 몸부림치던 놀이 있잖아.
B: 넌 머리였어, 꼬리였어?
A: 말해서 뭣하냐. 늘 꼬리였지.

정당성의 근거로만 이용

A: 내가 유권자이고 주권자인 것 맞냐? 나를 대리하거나 대표한다는 자들에게 아무런 통제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배신당하기만 하는데.
B: 애초에 저들은 ‘국민’과 ‘주권’을 우리와 다르게 생각해. 같은 단어를 쓴다고 해서 같은 생각을 담고 있는 건 아니거든.
A: 어떻게 다른데?
B: 일단 저들은 국민주권을 통치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근거로만 생각하지.
A: 우리가 몇 년에 한 번씩 투표로 뽑아주기만 하면 ‘나는 국민을 통해 선출된 정당한 권력’이라고 써먹기만 하는 거?
B: 그런 써먹기에서 ‘국민’은 그저 같은 국적을 갖는 사람들의 덩어리에 불과해.
A: 정치의 무대에 등장해 활동하는 게 아니라 의사결정과 집행능력을 갖지 않은 관념적인 존재에 불과한 거지.
B: 추상적인 덩어리로서의 국민은 명목상 주권자이지만 스스로 주권을 행사할 수 없잖아. 그래서 개발된 논리가 헌법상의 권력에 위임한다는 거지.
A: 주권자의 의사라는 명목으로, 그러니까 ‘국민의 뜻’이란 모호한 이름으로 대표자로 나선 권력자의 자유가 표명되기 십상이지.
B: 물론 헌법이 정하는 조건 아래에서 행사된다고 하지만.
A: 우리를 매개로 했으니 정당하다? 그럼 국민주권이란 통치의 정당성에 대한 인증서로 끝나는 거야?
B: 정당성의 근거만 제공하고 납작 엎드려 있다가 또 몇 년 만에 돌아오는 선거에 착실히 투표하러 가는 거…….
A: 에효. 대통령이 빈껍데기 허수아비였다고들 하는데, 사실은 우리 주권자들이 허수아비인거네.

권리로서의 국민 주권

B: 국민주권 개념 자체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고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거야.
A: 정치적이란 건 다양한 정치 세력 간의 대항 관계 속에서 형성됐다는 말일 거고
B: 역사적이란 건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 속에서 등장하고 구성됐다는 거지.

A: 지금처럼 허무하게 느껴지는 국민주권론 말고 분명 딴 게 있지 않을까? 정치적, 역사적으로 말이야.
B: 있지. 주권을 우리들 권리의 측면에서 생각하고 구성하려는 주권론도 분명히 있어.
A: 권리의 측면에서 접근한다?
B: 그러니까 주권을 권력의 정당성의 근거가 아니라 권력이 진짜 누구에게 있는가를 중심으로 파악하는 거야.
A: 우리가 주권자라는 건 우리가 권력의 주인이라는 거잖아. 그런데 이 권력을 어떻게 쓰지? 써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B: 우리가 주권자란 걸 관철시키려면 적극적 정치 참여의 권리, 권리 투쟁의 과정으로 주권행사를 생각해야 해.
A: 참정권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같은 대표를 선출할 때만 등장하잖아. 그게 아니라 그들이 우리의 의사를 확인하고 제대로 표시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정치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권리여야지 우리가 주권자라는 게 말이 되지.
B: 권리로서의 주권론과 권력을 옹호하는 주권론의 경합이 오랫동안 있어왔어. 우린 지금 그 경합의 한복판에 서있는 거야.


국민 주권 vs 인민 주권

A: 무슨 역사적 사례 같은 걸로 얘기해 보자.
B: 근대적 의미의 헌법과 공화국을 만든 프랑스에서 그런 경합의 사례를 볼 수 있어.
A: 맞아. 의회 안의 정치세력과 의회 밖의 정치세력의 경합이 치열했지.
B: 구체제의 특권세력과 특권을 몰아내는 데는 힘을 뭉쳤지만, 중상층 계급은 자신들의 정치 장악력을 빈농, 소농, 노동자, 소상인 등 민중에게 뺏길 것을 두려워했지.
A: 당연히 두려웠겠지. 민중들은 아주 배가 고팠고 자신들의 단결과 직접행동을 통해 배를 곯게 만드는 정치체제를 바꾸려고 했으니까.
B: 그래서 민중들은 정치적 참여만이 아니라 경제사회적 권리를 보장받고자 했어.

A: 그걸 표현한 것이 ‘국민 주권’과는 다른 주권론이었겠네.
B: 맞아. 둘을 구분 짓기 위해 ‘인민 주권’이란 말을 쓰기도 해. 한국에선 북한이 ‘인민’이란 말을 쓴다고 이 단어를 꺼리지만. ‘국민 주권’의 ‘국민’과 구분 짓기 위해 ‘인민’(people)이라 해보자.
A: 주권론에서 국민과 인민의 차이가 뭘까?
B: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국적보유자의 덩어리가 ‘국민’이라 했잖아. 반면에 ‘인민’은 직접 주권을 행사하고 국가 의사를 결정하고 이를 집행할 수 있는 유권자, 즉 주권행사에 참가한 시민의 집합이야. 이런 인민은 덩어리로서의 국민이 아니라 개별 유권자가 주권에 대해 동일한 몫을 부여받은 존재야.
A: 개별 유권자가 주권에 대해 동일한 몫을 부여받았다면, 유권자의 의사는 유권자 전체의 1/n씩 모여 표현되는 거네.

B: 그런 표현이니까 대의 제도는 최선이 아니라 차선일 뿐이야. 이런 유권자는 추상적 국민과 달리 의사결정 능력과 집행 능력을 갖는 존재야. 이런 인민은 주권을 소유할 뿐만 아니라 직접 행사하는 존재야.
A: 대의 제도 말고 달리 주권을 행사할 방법이 있을까?
B: ‘인민 주권’의 주창자들은 다양하고 구체적인 구상을 했어. 가령 의회가 법률안을 작성하면 개별 유권자들은 각 지구별로 주권자 집회를 열어 찬반을 결정할 수 있어. 그 결과가 의회에 전달되면 이를 집계하여 법률의 성립 여부가 결정되는 거야. 법률안을 작성하는 의원은 유권자가 직접 선출하고, 유권자는 선출된 대리인(의원)에 대하여 책임 추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 책임 추궁은 소환과 형벌로 이뤄지지. 또 의원에 대하여 ‘보고를 요구할 권리’를 가지는 것도 구상했어.
A: 상층 계급이 그런 구상에 동조할 리가 없잖아.
B: 그렇지. 그들은 구시대의 특권층을 내모는 데는 민중들과 힘을 합쳤지만, 이런 급진적인 민중들의 주권론을 받아들일 순 없었어. 자기들 이익을 반영하는 주권론으로 물타기를 해야 했어.
A: 그래서 등장한 것이 ‘국민 주권’이란 거네.

B: 맞아. 헌법에 ‘주권은 국민에 속한다’고 규정했지만 그 국민은 ‘대표자를 통해서만’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댄 거지. 그러니까 선거 제도가 당연 필요한데, 의회를 장악한 세력은 돈 없는 사람은 참여할 수 없는 제한 선거를 내세웠어.
A: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 법률 등의 제정에 직접 참가할 수도 없고, 선거에 나설 수도 없는 거네.
B: 선출된 대표자에 대한 책임추궁, 소환과 형벌 등은 꿈도 못 꿀 명목상의 주권자가 된 거지. 지배세력은 국민 주권론만 헌법에 새겨 넣는 데 그친 게 아냐.
A: 또 뭘 했는데? 제한선거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는데.
B: 아주 촘촘한 사슬을 갖췄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인권에 대한 제한조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 집회결사를 금지하는 법, 또 반선동법을 만들어서 민중의 입을 틀어막으려 했지.
A: ‘국민 주권’론으로 정당성만 챙기고 사실상 국민의 표현과 행동의 자유를 철저히 제한하는 거였구나.
B: 정치적 의사표현의 집회의 자유 보장, 압제에 대한 봉기권을 말한 인민 주권론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간 거지.

주권자는 쉬지 않는다

A: 우리가 겪어온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네.
B: 주권자에 대한 탄압도 다르지 않지만 저항도 다르지 않지.
A: 우리의 가까운 역사만 봐도 ‘국민 주권’에 갇힌 명목상 주권자가 아니라 실질상 주권자가 되려는 저항은 쉰 적이 없는 것 같아.
B: 오늘날 ‘국민 주권’은 그런 저항 속에서 변화된 거라고 봐야 해. 간판은 ‘국민 주권’이지만 ‘인민 주권’의 이상이 많이 침투한 국민 주권을 오늘날 우리는 구상하고 구성하려고 하고 있어.
A: 그치. 제한 선거 제도는 보통선거 제도로 바뀌었고, 건드릴 수 없던 대표에 대해서도 유권자가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쪽으로 역사는 진전해왔어.
B: 위헌 법률 심사나 정당의 민주화, 많은 국가들에서 채택하고 있는 국민투표, 국민발의, 소환제도 같은 것도 있잖아.
A: 도처에서 주권자들은 쉬지 않았구나.
B: 우리도 쉴 수가 없잖아.

A: 신정정치니 어쩌니 하면서 추문에 대한 꼬리잡기 놀이로 빠지지 않아야겠어. 똑바로 정치적 책임을 추궁하는 것 자체가 우리가 국정 통제권을 발휘하는 거야.
B: ‘정치고 경제고 힘 있는 자들은 원래 다 그래. 어쩔 수가 없어……’ 이런 식으로 체념하고 관심을 접을 때 그들은 계속 이익을 얻을 거야. 권력도 공공 재산도 맘껏 사유화하면서 말이야.
A: 나에게 딱히 지금 길이 보이지 않아도 우리의 공적 과제들을 다루는 장에서 절대 나가지는 말아야겠어. 레이더를 계속 켜두겠어.
B: 그리고 서로를 더 많이 초대했으면 해.
A: 무슨 초대?
B: 우리 삶은 갖은 고통으로 점철돼 있고 우린 그 고통으로 서로 연결돼 있어. ‘왜 지금 시국에 그 얘기를 하느냐?’ ‘‘하야’얘기에 물타지 마라.’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배척하지 말고 다양한 문제를 들고 공론의 장에 들어서려는 사람들을 서로 환영했으면 해.
A: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말이 참, 겨울 바람에 스치운다.
B: 헌법 제1조 2항이잖아? 우린, 개별 유권자들은 따로 또 같이, 집합적으로 이 헌법대로 할 권리가 있어.



덧붙이는 말

류은숙 님은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입니다.

의견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