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피폭 노동을 생각하는 네트워크’ 나스비 활동가의 말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3년 반, 일본 핵산업이 노동자의 삶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는 자리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마련됐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와 공공운수노조·연맹 등 단체가 23일 오후 서울 서강대에서 ‘포스트 후쿠시마, 한-일 핵발전 노동자의 삶’을 주제로 연 한-일 핵발전 노동 워크샵에서 나스비 활동가는 일본 핵산업이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하청노동자의 피폭노동에 의해 작동하고 있다는 무거운 현실을 전했다.
다층하청 구조로 인한 피해, 가장 밑바닥에 있는 하청노동자의 몫
[출처: 나스비 ‘일본 피폭 노동을 생각하는 네트워크’ 활동가] |
나스비 활동가는 애초 건설 일용직 노동자와 노숙인의 노동권을 위해 일했으나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에는 핵발전 하청노동자에 대한 상담과 네트워크 활동을 해왔다. 그는 일본 핵산업에 대해 “96%의 피폭을 하청노동자가 당하고 있다”며 “전력회사는 3차 하청까지만 인정하지만 실제로는 7-8차 하청까지 있다”고 증언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 전력회사는 원전이라는 플랜트를 구입해 발전사업을 하고 있을 뿐 플랜트의 전기, 배관, 밸브 등의 유지보수나 개수/수리 등 작업은 하청의 여러 회사에 위탁된다. 공식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노동계약서 작성을 비롯해 건강진단도 받고 있지만 공식화 되지 않은 파견업체는 인력을 송출할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중층구조로 인한 피해는 하청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나스비 씨는 “(하청업체들은) 이름만 넘기며 일을 시키고 돈은 가로챈다”며 “(이들은) 불법 파견으로 일을 하고 있어 드러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청이 낮아질수록 문제는 드러나지 않고 ‘삥땅’은 구조적으로 용인되는 체제라는 설명이다.
고용 책임도 명확하지 않다. 나스비 씨는 “6차 하청회사에 고용되면 이 회사 이름으로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2-3차 하청업체 명의로 고용하지만 산재를 당하면 각 업체는 책임을 떠넘겨 결국 노동자가 울면서 참아야 하고 마지막에는 노동자 자신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노동의 불안정성도 높다. 나스비 활동가는 “중층 하청회사를 이용하는 것은 노동자를 쓰고 버리기에 적합한 구조”라면서 “피폭 노동의 경우 피폭치가 한계에 달하면 더 이상 일할 수 없고 그럴 때 노동자를 대체하게 되는데 중층 구조는 이에 좋은 구조”라고 밝혔다.
▲ 히구치 켄지 씨가 전한 일본 핵발전 산업 구조 |
피폭노동을 강요받는 불안정한 산업 현장에는 구조적으로 가장 소외된 노동자들이 모이고 있다.
원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후쿠시마 원전에선 70% 정도가 현지인으로 채워지고 있다. 바닷가의 경우 원래부터 산업이 없는 곳이어서 남성은 도쿄로 돈벌이를 하러 가야 했지만 원전이 세워진 후에는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고 안정된 수입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지역사람들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나스비 씨는 이에 대해 “도쿄라는 도시는 원전을 다른 지역에 강요하고 그 지역 노동자들에게 피폭노동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도시의 격차, 사회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머지 30%는 전국에서 모인 파견, 일용직 노동자, 실업자 등 노동현장에서 가장 소외된 이들이다. 나스비 씨는 “이들 노동자들은 피폭노동으로 인해 5-10년 후에 몸에 영향이 있다는 우려를 하지만, 당장 먹을 것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면서 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 “이들은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며 “기본적으로 원전은 빈곤과 차별 구조 아래서 존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자의 죽음을 전제로 존재하는 핵산업
나스비 씨는 특히 “원전은 노동자가 피폭을 당하고 방사선에 의한 장애가 발생한다는 것을 전제한 플랜트”라고 강조했다. 이런 비인간적 면모는 후쿠시마 원전 재해 후 더욱 잔인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평이다.
애초 원전 노동자 1인당 연간 피폭 한도는 50mSv(밀리시버트), 5년간 100mSv다. 많은 기업은 20mSv가 되기 직전에 해고한다. 그러나 원전 사고 후 수습 작업 중 100mSv 이상의 피폭노동자들이 나왔고 도쿄 전력과 정부는 긴급 상황이라며 250mSv로 그 한계치를 올렸지만 이 피폭 기준 마저도 6명의 노동자는 초과한 상황이다.
특히 원전사고 이후 수습, 폐로, 제염 작업에서는 오염 잔해물 처리 등 열악한 노동조건, 오염수 탱크 용접공의 위법적 과중노동, 위험수당 가로채기 등 다양하게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나스비 씨는 심지어 “주말도 없고, 화장실도 없다. 업체는 그냥 방호복에 생리현상을 해결하라고 했다. 그러나 방사능 위험 지역 내에서의 노동이기 때문에 8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피폭노동으로 인한 질환이 산재로 인정되는 경우도 드물다. 나스비 씨는 “50만 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원전에서 일했는데 산재 인증을 받은 사람은 13명밖에 없다”며 이는 “원전이 안전해서가 아니라 장벽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스비 씨는 그러나 “우리도 운동의 경험이 별로 없다”며 “산재 인정까지 지혜를 나누며 협력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결국 기본적으로 있어서는 안 되는 비인간적인 원전을 폐로하고 피폭노동을 최대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폐로를 해도 40년 동안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원전을 가동하면 누군가는 피폭 노동을 짊어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워크샵에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노동자로 일했던 니이쯔마 히데아키 씨, 일본 피폭노동자 탐사보도 사진작가인 히쿠치 켄지 씨도 참가해 경험을 전했다. 2부에서는 ‘한국 핵발전 산업의 현황과 쟁점’을 주제로 한 이강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의 발표에 각계 토론자가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