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반대한다. 이 기사는 논쟁중
인터넷실명제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실명제를 반대한다.

 

공직선거법 제82조6에 의하면, 선거시기에 실명확인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인터넷 언론사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는 국가가 인터넷 언론과 국민에게 강요하는 검열이자, 익명성에 바탕한 표현의 자유와 여론 형성의 권리를 침해합니다. 정보인권 단체로서 진보넷은 선거시기에도 네티즌이 자유롭게 의견개진을 할 수 있도록, 실명제를 거부한 인터넷언론의 기사들을 미러링하고 그에 대한 덧글란을 선거기간 동안 운영합니다. 실명제 반대 행동 참여하기실명제 반대 행동 참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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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자 녜녕 이야기

[세계여/성노동자대회 기획연재] n개의 성, n개의 노동, n개의 노동자, n개의 노동현장④ 이 시대의 어린 창녀

[기획자 말] 10월 27일 청계광장 프리미어 빌딩 앞에서 세계여/성노동자대회가 열립니다. 세계여/성노동자대회는 노동의 성별화와 성적 위계 속에서 비가치화되고 가려진 노동들을 드러내고, 직접 우리의 노동을 이야기하며 선언하는 자리입니다. 이 기획을 통해 제1회 세계여/성노동자대회 준비위원회는 지금껏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 노동의 현장들과 다양한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세계여/성노동자대회 페이스북 페이지/링크)

[연재순서]
① 당신에게 여/성노동은 무엇일까 | 숨(링크)
② 레즈비언 노동자 하나, 트랜스젠더퀴어 노동자 리나의 이야기 | 김하나·리나(링크)
③ 쉼 없는 그러나 보이지 않는 장애여성들의 노동 | 이진희(링크)

[출처: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GG_Sexworker]

‘너 좀 창녀 같아.’

이 한마디로 내 청소년 시절 매매춘은 시작되었다. ‘날 멸시하던 너희가 날 창녀라고 부른다면, 기꺼이 진짜 창녀가 되어서 돈이라도 많이 벌겠다’는 억하심정도 있었고, 당시 한 달에 3만원으로 살아야했던 심각한 재정상황도 날 매춘시장에 뛰어들게끔 만들었다. 시작한 나이는 18살. 할 수 있는 매춘은 조건만남뿐이었다. 채팅앱을 깔아서 조건만남을 원하는 남자들을 물색하고, 그중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만났다. 어떤 안전장치도 없이 오직 내 감만을 믿고 위험천만한 현장에 뛰어든 것이다.

그러고서는 참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5만원에 섹스하자는 사람, 3만원에 스타킹 쓰다듬게 해달라는 사람, 8만원에 펠라치오 해달라는 사람 등. 당시에 나는 시세를 잘 알지 못했기에 5만원에 섹스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곤 했고, 그 돈으로 생일에나 먹을 수 있었던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보수를 즐겼다. 어떤 날은 8만원을 받고 펠라치오를 해주면서 어떻게 이렇게 큰 돈을 쓸 수 있냐고 손님에게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그 손님은 당시 내 화대보다 훨씬 비싼 참치회 얘기를 해주며 나이가 들어 사회생활 하다보면 참치회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도 있단 얘기를 해주었다. 나는 부러워하며 나도 언젠가 저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한편, 분명 돈은 벌고 있고, 돈을 벌며 힘들기도 한데 어느 누구에게도 무슨 일했다고 말할 수 없는 생활을 계속 하다보니 어린 나는 불안과 자기혐오에 빠져들게 되었다. 조건만남을 하러 갈 때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엄마에게 친구와 놀다온다고 말했으므로 난 일을 하고 오고도 놀고 온 사람 취급 당해야 했다. 게다가 모두가 쓰레기 짓이라고 말하는 창녀 짓을 나는 하고 있었고, 내가 이 일을 하며 돈을 버는 것이 불법이고, 정당하지 못한 일이고, 혐오스러운 일이란 것을 자각할 때마다 너무나 죽고 싶어졌다. 그렇다고 매춘을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5만원, 8만원 등등은 나에게 꽤 큰돈이었고 나는 문구점 300원 아이스크림이 아닌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내가 이렇게 매춘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은 사람은 조건만남 손님과 비슷한 채팅상대 뿐이었는데, 그렇게 털어놓다가 드라이브나 하자고 만난 사람이 날 차에 가둬놓고 고속도로로 끌고 가 강간을 했다. 아, 매춘이 뭐길래. 나는 ‘일이 고됐구나, 수고했다’라는 말이 듣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 강간사건은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도 내게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로 남았다.

그러다가 열아홉이 끝나갈 즈음이 되어서야 매춘이 엄연한 노동이라는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매춘이 노동이라고? 나는 구원받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해온 일들이 쓰레기짓, 망측한 짓이 아니라 그냥 ‘노동’이었다니. 내가 너무도 듣고 싶은 말이었다. 나는 일하느라 힘든 거였어. 난 쓰레기 창녀가 아니라 노동자였어. 내가 겪은 부당한 대우와 폭력이 내가 창녀라서 겪을만한 당연한 일이 아니라, 그건 내 노동에 대한 부당한 대우이고 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되는 것이었어.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출처: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GG_Sexworker]

지금의 내가 하는 일이 노동이라고, 성노동이라는 것이 있다고 사방팔방에 외치고 다니는 이유는 이것이다. 어딘가에 또 다른 어린 내가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시세도, 위험한 상황을 피하는 방법도 어느 정도 아는 조금 노련해진 매춘노동자이다. 그렇기에 절대적 약자인 과거의 나, 즉 여성청소년 매춘노동자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최대한 알리고자 한다. 그들이 매춘을 선택한 데에는 각자의 상황과 이유가 있을 것이고, 적어도 그 일을 하는 동안은 보다 안전하게 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넌 쓰레기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부당한 노동조건에는 항의할 수 있어야 하고, 폭력은 신고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하는 내가 이미 불법 존재인 상황에서는 고립되기 쉽고, 나에 대한 낙인은 내 말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며, 폭력을 당해도 신고하기가 어렵다.

부당함을 견디는 대신 부당함에 싸우고, 그만두어야 할 때 그만둘 수 있는 자원과 힘도 필요하다. 그러려면 우리를 취약하게 만드는 다른 차별과 사회의 조건들도 함께 바꿔야 한다. 성노동자로서 나는 그런 변화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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